서울대 연구팀, 환자 617명 분석결과

미세먼지가 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 루게릭병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양일보 김홍균 기자)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각종 질병 발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PM 10)와 초미세먼지(PM 2.5)가 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 루게릭병 증상을 악화시켜 응급실 방문 위험을 최대 40%까지 높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루게릭병은 팔다리 근육의 힘이 약해지고, 근육이 위축되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결국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원래 병명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이지만, 1930년대 뉴욕 양키스의 야구선수 ‘루 게릭’에서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린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이혜원)·분당서울대병원(명우재)·서울대 보건대학원(김호) 공동 연구팀은 2008∼2014년 사이 서울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루게릭병 환자 617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 변화와 응급실 방문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기간에 루게릭병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한 날을 기준으로, 해당일 근처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위험도를 평가했다.

이 결과 초미세먼지의 경우, 농도에 따라 4분위수 범위(IQR, interquartile range)로 나눴을 때 1분위가 증가할 때마다 루게릭병 환자가 응급실을 찾을 위험은 21%(1.21배) 높았다.

또 미세먼지는 같은 조건에서 루게릭병 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13%(1.13배) 높이는 요인이었다.

특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4분위수 중 최고조에 달한 날에는 루게릭병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할 위험이 최저치보다 각각 40%(1.4배), 33%(1.33배) 치솟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밖에 또 다른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황(SO2)과 일산화탄소(CO)도 1분위가 증가할 때마다 루게릭병 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19%(1.19배)씩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이혜원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미세먼지가 루게릭병을 악화하는 인과관계가 확인됐지만, 외국에서는 루게릭병 발병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면서 “이런 메커니즘은 흡연이 루게릭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존의 분석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인터내셔널’ 2월호 인터넷판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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