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에스트로겐 낮추면 뼈 생성 8배 증가”

(동양일보 김홍균 기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골다공증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과학자들이 뇌 시상하부의 에스트로겐 분비량을 줄이면 건강한 뼈의 생성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최근호에 실렸다.

현재 골다공증에는 별다른 치료 수단이 없는데 이번 연구 결과가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골다공증은 미세한 구멍이 생겨 뼈가 약해지는 것인데 심한 경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다가 골절상을 입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어 진료는 골절 위험을 줄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늙고 손상된 뼈를 분해하고 새 뼈를 만드는 신체 기능이 약해져 골다공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 여성의 약 4분의 1이 골다공증을 갖고 있다.

이번에 두 대학 과학자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한 건 뇌에서 에스트로겐이 어떤 기능을 하는 지다.

스테로이드계 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은 생식, 세포 복제 등에 폭넓게 관여하지만, 뇌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특히 에스트로겐 감수성이 높은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의 기능을 중점적으로 관찰했다.

뇌의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연결하는 시상하부는 체온, 공복감, 수면욕, 피로감 등의 통제를 도와 신진대사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혈액의 에스트로겐은 뼈 성장을 촉진한다. 그런데 뇌 시상하부에선 정반대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쥐의 시상하부 궁상 핵에서 에스트로겐 수용 체를 제거했더니 쥐의 체중이 늘고 활동성은 떨어진 것이다.

처음엔 지방이나 근육 조직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했으나 추후 관찰에서 뼈 부피의 증가로 인해 체중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쥐에선 뼈 부피가 800%나 증가했다.

뼈 부피의 70%를 상실할 만큼 골다공증이 심한 쥐에 이 방법을 썼더니 불과 몇 주 만에 골밀도가 50% 회복됐다. 골밀도가 높아지면서 동시에 뼈도 매우 단단해졌다고 한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이자 UCSF의 세포분자약물학 교수인 홀리 잉그러햄 박사는 “뼈 성장 통제에 관한 현재의 지식으론 이번 연구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면서 “노령 여성과 약한 뼈를 가진 환자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뼈 강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시상하부 궁상핵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 세포군이 뼈 성장에 쓰일 에너지와 자원을 신체의 다른 부위로 빼돌린다고 연구팀은 믿고 있다.

이번 실험에서 암컷 쥐에게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도 흥미롭다.

잉그러햄 박사는 “그동안 대부분의 신경과학자가 수컷 쥐만 실험한 탓에 여태껏 이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듯하다”면서 “뇌가 뼈 성장을 촉진하는 순환 요인을 내보낸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골다공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진정한 기회를 갖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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