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세종시교육청이 행복도시 명성에 먹칠하는 사고를 쳤다. 세종 평준화 고등학교 진학생 배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신입생 배정을 다시 실시하게 됐다. 2775명의 학생이 시스템 오류의 문제로 재배정 됐다는 점에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다.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의 진로가 걸린 입시를 이렇게 허술하게 처리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세종교육청은 지난 11일 오후 3시 '2019학년도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은 오는 3월 개교하는 다정고를 포함한 총 13개교 2775명이었다.

문제는 확인 과정에서 발견된 '신입생 배정 프로그램' 오류였다. 올해 처음 도입된 '국제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동시 지원 제도'에 따라 해당 학교에 우선 합격한 109명이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에 중복으로 배정된 것이다.

더욱이 관내 모 중학교 교사가 배정표 오류를 보고 교육청에 문의하면서 이같은 사태가 밝혀졌다고 하니 입시관리가 엉망이었음을 보여준다. 만약, 그대로 선발 전형이 진행됐더라면 엄청난 혼란을 빚을 뻔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세종교육청이 오류 확인 후 서둘러 재배정했으나 1차 발표 때와 달라진 배정 결과에 학부모와 학생 반발이 잇따라서다.

세종교육청은 오류 확인 여섯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9시께 109명을 제외한 학생을 대상으로 재배정한 결과를 알렸다. 이 과정에서 최초 배정보다 뒷순위 지망학교로 배정된 학생이 195명이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알게 된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성급한 재배정 작업으로 피해를 봤다”며 교육청에서 밤샘 농성을 했고, 시교육청은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열고 이들을 상대로 희망 신청을 받아 최초 배정된 학교를 원하면 그대로 배정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반발하면 수용하는 갈팡질팡 세종교육청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세종교육청의 입학업무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지만, 단순 실수로 넘길 일이 아니다. 때문에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업무에 바쁘겠지만, 교육청 분위기를 다잡는 일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세종교육청 홈페이지를 도배하고 있는 사안들 역시 단순한 분풀이로 여겨선 안된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 세종시민들은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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