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대한민국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감투자리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받은 옛 어느 정치인을 만난적이 있는데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내가 국회의원도 해보고 장관도 해보고 권부에도 있어봤지만 국회의원자리가 가장 재미있는 자리였다”고 실토한 적이 있었다. 국회의원만 당선되면 200가지가 달라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권한이나 권력이 좋기로 이름이 났다. 북구라파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사당에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한다. 그만큼 국민과 동떨어진 행세를 하지 않고 권위를 내세우지 못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월 천만 원이 넘는 거액을 받고 있다.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국민세금을 받으니 젊은 세대는 비웃는다. 근로소득 공재혜택도 일반 월급쟁이들보다 더 큰 혜택을 보고 있다. 명예직무보수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4급 보좌관 2명을 비롯하여 5, 6, 7, 8, 9급 비서관 그리고 운전기사까지 제공받는다. 철도도 공짜다. 외국에도 관용여권으로 나갔다 올 수 있다. 보좌관을 선발하는 것은 국회사무처가 아니라 의원자신들 권한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자기부인이나 자식들을 보좌관으로 임명하곤 했다. 그들은 각종 특권도 가지고 있다. 면책특권도 있고 불체포특권도 있다. 국정조사나 국정 조사 때 국무총리나 장관들 한데도 호통치고 거드름피운다. 공공기관장들은 머리 숙여 제대로 말도 못한다. 한국국회의원만의 풍습이다. 여야는 그동안 국회의 권한을 축소하겠다고 여러 번 정치개혁안을 제출하고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신인 국회의원들이 개혁을 밥 먹듯 약속했지만 허사에 그치고 만 이런 정치구조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정치권력부패를 혁파하기는 난무하다.

국회의원들 중 공부하고 이 법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국회의원들도 있었다고 들었다. 국회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국민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는데 노력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한민국의 미래도 달라지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보지만 이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어제 모 국회의원이 전남목포의 문화공간문화재지정을 앞두고 부근 건물을 대거 사들여 물의를 빚고 있다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

여유가 있어서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자본주의국가에서 정당하게 돈 벌고 저축하는 것이 미덕이지만 이 경우는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필자 또한 잘나가는 국회의원이 왜 이런 행태를 벌여 문재인정부 성공에 물을 퍼붓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데 동감한다. 요즘 서민들은 하루살기도 어렵다고 한다.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힘들게 살아간다.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이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SBS(서울방송)는 이 국회의원 가족·측근들의 목포 건물 10채는 구도심 문화재 거리 1.5㎞ 구역 안에 있다며 이들에게 건물 매입을 권유하고 조카 2명에게는 건물 사는 데 보태라며 1억 원씩 증여까지 해줬다고 보도했다. 조카 1명은 군 복무 중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국비 등 500억 원을 들여 낡은 건물의 새 단장사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이 국회의원은 작년에 문화재청장에게 "목포 등 근대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국회의원은 사재를 털어 목포 구도심을 살려 보려 한 거라며 투기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첫째, 서울방송보도가 팩트인지 사실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일단 정부여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정확한 진상조사를 통해 문제의 핵심을 가려 내야 할 것이다. 이 국회의원말대로 도심을 살리려고 한 것인지, 방송이 무책임하게 보도한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인지 정확한 진상을 가려내야 할 것이다. 둘째, 문화재청장은 이 국회의원의 청탁을 받았는지 아니면 그 전부터 문화재보존을 위해 계획정보를 노출했는지 밝혀야 한다. 만약 청탁을 받았다면 검찰수사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비위나 실체적 진실을 캐야 할 것이다.

셋째, 문제인정부의 정치개혁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정치개혁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다. 정치혁신을 하지 않고서는 문재인정부도 그전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청치혁신을 위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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