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청주대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동양일보) 새해가 밝았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다. 기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등의 10개의 천간(天干) 중 여섯 번째이고 해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등의 12 지지(地支) 중 끝 번째이다. 기(己)는 동양 철학에서 만물을 생성하고 만상을 변화시키는 다섯 가지 원소인 ‘금(金)⦁목(木)⦁수(水)⦁화(火)⦁토(土)’ 등을 이르는 말인 오행(五行) 중에서 토에 해당하고 황금색이다. 해(亥)는 돼지를 가리키고 다산과 부를 상징한다. 그래서 올해는 황금돼지 해이고 복과 재물의 기운이 충만한 해가 된다. 영육이 건강하고 넉넉한 한 해를 가질 수 있는 해라는 것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평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인격, 홍익(弘益)의 행보, 시비를 가려 시의 편에 서고 시를 지키는 정의의 사도, 선공후사의 금도(襟度), 공동체의식 등을 행동철학으로 삼는 생활에 충실할 수 있는 잠재력(가능성)이 큰 해라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인간다움’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다움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하여야 할 가장 큰 덕목이다.

인간다움의 삶은 인간들로 하여금 인간의 사고와 언행 등이 바르게 펼쳐지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省察)에서 나올 수 있다. 바른 언행인 정언(正言), 정행(正行) 등은 성찰의 산물이다. 성찰은 이성(異性)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끝없는 노력의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사색과 명상 등을 통하여 더욱 밝은 빛을 발하게 된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는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재정립하는 사고와 자세이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과연 자신은 선하고, 정의로우며,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본질을 중시하고, 자리타리의 공동체 규범을 준수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면서 자기를 바로 세우는 정기(正己)의 일이다.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어떤 곳이고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하여야 건강할 수 있는가. 국가는 무엇이고 어떤 이념과 철학으로 운영되어야 하는가. 국가와 사회, 그리고 자신 등과의 관계는 무엇이고 각자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등에 대하여 자문하면서 자신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이 중에서도 명상은 마음을 깨끗이 하는 청정도(淸淨道), 사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여실지견(如實知見), 법(진실로서 존재하는 것)과 개념(이미지) 등을 명확하게 식별하는 것 등을 말한다.

이러한 사색과 명상 등의 과정은 바르고 옳은 것을 진원지로 한다. 사색과 명상 등은 바르고 옳은 것을 탐색하는 정신과 의식 등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것들이야말로 인간다움을 생산해 낼 수 있는 토양이라 할 수 있다. 바른 인생관과 세계관 등도 이런 토양 위에서 자라는 곡식인 것이다. 곡식은 토양의 척박(瘠薄)에 따라 성장의 양과 질이 다를 수 있듯이 인간 삶의 사고방식이고 가치기준인 인생관과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의 규범과 행동기준인 세계관 등도 사색과 명상 등의 토양에 따라 그 수준 및 성숙도가 다르게 된다. 그만큼 사색과 명상 등의 일상화 내지 체질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동의 마디마디가 사색과 명상 등을 동반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사색과 명상을 통한 성찰의 삶을 다짐하고 빈틈없이 실천하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 구호로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장식용⦁외부용으로가 아니라 세심용(洗心用)⦁내공용(內攻用) 등의 살아있는 행동지침이 되게 하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인간다움의 언행을, 사회적으로는 선공후사의 대승적 자세를 견지할 수 있는 지침이 되게 하여야 한다. 공정, 정의, 중본(重本) 등의 첨병으로서의 서약이 되게 하여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민본철학이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출렁이는 해가 되게 하여야 한다.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슬로건이나 게시물부터 바른 용어인 정어(正語)를 사용하여야 한다. 용어하나에도 민본철학이 깃들여져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국정의 산실이고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에 위민실(爲民室)이라는 간판이나 춘풍추상(春風秋霜) 등의 액자 게시는 국민이 보기에 민망하다. 위민실은 정부기관의 모든 사무는 공무원이 집사(수탁자)가 되어 본래 주인인 국민(위임자)의 것을 관리하는 것인데 마치 공무원이 주인이고 국민은 객체인 것으로 전락시키는 표현이 될 수 있고 춘풍추상은 자신이 남을 때할 때의 자세를 표현하는 수신용은 될지언정 대국민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무엇인가 영혼이 빠진 문구 같고 내 것이 아닌 남의 것과 같은 거리감을 준다. 단어하나에도 민이 하늘이고 주인임을 명심케 하는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는 땅 밑에 흐르는 물처럼 조용히 실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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