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청주시 강서2동 주민센터 주무관

(동양일보) 얼마 전까지 나는 어두컴컴한 독서실에 앉아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기를 꿈꾸며 미래의 불확실함에 불안해하던 한 명의 공시생이었다. 긴 터널을 지나 지난해 11월 5일 자로 흥덕구 강서2동으로 임명장을 받기 전까지는 꿈을 꾸는 것에만 익숙해져서인지 공무원으로 임명이 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런 내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 석 달이 됐다. 나의 첫 시작을 표현한다면 ‘새로움’, ‘두려움’, ‘감사함’이었다.

과거 초등학교 입학식 때 다 커버린 줄 알았던 여덟 살짜리 꼬마가 유치원이 아닌 낯선 학교라는 곳에 들어가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접할 때 느꼈던 신기함과 두려움, 그 복합적인 감정이 다시 한 번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그렇게 꿈꿔오던 나의 직장이 생기고, 그곳에는 내 자리가 생기고, 내가 담당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는 점이 가슴 떨릴 정도로 설레고 신기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4년 동안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들어왔는데도 낯설게 다가오는 용어들과 제도들에 허덕이게 됐고, 처음 접하는 환경들 또한 나를 더 어렵고 두렵게 했다.

심지어 전화를 받는 일 조차도 어려워 출근한지 일주일 정도 됐을 때는 잠을 자다가 “감사합니다. 강서2동 주민센터 김수진입니다”를 외치며 깰 정도였다.

옆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 7급 베테랑 선배 주무관들 덕분에 내게 주어진 일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일이 늘지 않은 것 같은 조바심에 한때는 이 자리가 정말 나한테 맞는 자리일까, 나로 인해 민원인 혹은 동료들에게 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처음은 신선했지만,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이런 나에게 누구나 처음은 서툴고 어려운 거라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채워나가라고 조언해주고 이끌어준 동료들의 진심 어린 조언에 조금은 위안을 삼으면서 부족함을 채워나가고 있다. 강서2동 주민센터는 교통이 편리한 편도 아니어서 장롱면허 상태인 나에게 운전대를 잡게 했고, 주변 시설이나 근무 여건도 아직은 열악한 상태다.

그런데도 강서2동 발령이 감사한 이유는 시골 동네 같은 포근한 분위기, 함께 일하며 힘이 돼주는 든든한 직원들, 주변 사람들이 매력 있는 동네여서‘감사함’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전공하고 택한 ‘사회복지’라는 분야는 간단하게 표현하면 인간을 인간답게 살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야이고, 좀 더 풀어서 말하면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변하는 분야다.

지금의 나는 아직도 미숙한 부분이 많고 배울 것이 많은 상태이지만, 앞으로의 목표는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복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올 수 있는 친근한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최근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지도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이들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하곤 한다. 그래서 나의 최종 목표는 복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어렵게 느끼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어려움에 차가운 손을 떨며 힘들게 내민 분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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