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후 충청권선 음주 교통사고 다소 감소
음주운전자 730여명 적발…현직 군인·경찰관도
법원도 엄벌 추세…“근본적인 인식 변화 필요해”

●윤창호법 시행 전·후 충북지역 음주사고 비교
음주운전자 처벌을 크게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지난해 12월 18일 시행 이후 음주운전자가 다소 줄었으나 충청권에서만 한 달 새 730여명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음주운전자 처벌을 크게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법 시행 이후 음주사고는 다소 줄었으나 충청권에서만 한 달 새 730여명의 음주운전자가 적발되는 등 음주운전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8일자 3면

20일 충청권 경찰에 따르면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6일까지 한 달 동안 충북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44건으로 1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건(사상자 98명)에 비해서는 다소 감소한 수치다.

충남·세종지역에서도 한 달 새 78건의 음주사고가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114건)에 비해 32%가 줄었다. 사망자는 1명, 부상자는 71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 기간 충북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297명(면허정지 133명·면허취소 157명·측정거부 7명)으로 하루 9.9명에 달했다. 대전에서는 한 달 새 205명(면허취소 133명·면허정지 72명)이 음주단속에 걸렸고, 충남·세종지역에서도 229명이 단속됐다. 여전히 적잖은 취객들이 곳곳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셈이다.

법 시행 이후 법원의 처벌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중대한 사고를 내고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를 예상했던 운전자들에게 한층 경각심을 주겠다는 취지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실제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았던 치과의사(35)에게 청주지법은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대전지법은 음주운전을 하다 인도에 있던 시민 3명을 들이받고 도주한 20대의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음주사고가 줄긴 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에는 현직 군인이 만취상태로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가 하면 법 집행의 선봉에 서야 할 경찰관들이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내기도 했다.

지난 10일 새벽 3시 3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315.8㎞ 지점에서 역주행하던 육군하사 A(여·2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70%였다. 그는 술을 마신 뒤 집으로 가던 중 신탄진 졸음쉼터에서 출구를 헷갈려 36㎞가량을 역주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은경찰서 소속 B경위는 지난 4일 밤 9시 40분께 보은읍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09%(면허취소) 상태로 운전하다 차량 전복사고를 냈고, 지난달 31일에는 청주시 상당구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63%(면허정지) 상태로 운전하던 C경위가 신호대기 도중 잠들었다가 시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세종경찰서 소속 D(55) 경위는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한 도로에서 음주사고를 내고 달아나다가 현장에 있던 시민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 0.150%(면허취소)로 나왔다.

이를 보면 처벌 강화만으로는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처벌 강화만큼이나 시민들의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윤창호씨의 친구들은 정치권과 함께 음주사고 예방과 알코올 중독 치료, 재범방지 등에 초점을 맞춘 ‘윤창호법2’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며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더 홍보하고, 특히 음주 재범 운전자에 대한 대책 등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호법’은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으로 지난해 12월 18일 시행됐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살인죄에 준하는 엄벌로 처벌을 강화한 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면허정지기준을 현재의 0.05%이상에서 0.03%이상으로, 면허취소는 0.1%에서 0.08%로 강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은 오는 6월말부터 시행된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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