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산업에서 출발해 6차 산업까지 책임진다

(오른쪽부터)허성준, 김대현, 박명균, 정우영 씨
(오른쪽부터)허성준, 김대현, 박명균, 정우영 씨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 ‘무대포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농부 4명이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맥주보리(두 줄 겉보리) 농사를 짓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맏형 격인 허성준(34) 씨와 김대현(33), 박명균(30), 정우영(30) 씨 등 선후배로 뭉친 이들이 주인공.

학교를 다니며 조기축구로 알게 됐다는 이들 도시 젊은이들을 똘똘 뭉치게 한 힘의 원천은 ‘신뢰와 믿음’이었다. 유일하게 결혼을 한 성준씨는 두 아이의 아빠다. 그의 아버지는 화학과 교수였고, 할아버지는 허탁 전 국회의원이다. 집안대대로 내려온 가풍을 기본으로 성준씨는 자신감 넘치고 패기로 무장했다.

성준씨의 생각이 대현씨와 명균씨 우영씨에게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젊음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4명의 생각이 하나로 일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을 이끄는 리더의 힘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런 일체감 속에서 각자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대현씨는 농업기계기술의 ‘명장’을 꿈꾸고 있고, 명균씨는 세계최고의 유기농 맥주를 생산하는 기술을 완성하겠다며 맥주생산기술을 다양하게 익히고 있다. 우영씨는 ‘친환경농업’에 모든 것을 걸었다.

성준씨는 올 11월 맥주 생산을 목표로 공장건립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올 3월 보리를 파종하면 그때부터 맥주생산 공장과 설비를 갖추겠다는 다부진 계획을 갖고 있다.

성준씨는 “친환경농업은 아주 난이도가 높은 농업이다. 여기에서 생산하고 가공하고 술로 제조하는 과정은 어렵겠지만 무대포 정신으로 이겨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맥주보리 생산초기에는 많은 실패가 있었다”며 “음성지역이 추워서 농사짓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2년 전부터 음성군농업기술센터로부터 기술을 배우며 기술력을 높였다. 스코틀랜드 견학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성준씨가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계기는 죽어가는 농업을 살려보자는 작은 용기에서 시작했다.

그는 “농업은 죽었다. 죽은 농업의 보상차원에서 당국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더 해줘야 한다”며 “특히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이 시골로 들어올 수 있는 계기와 역할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은 농업인이 시골에서 안착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성준씨는 맥주보리 생산에서 가공, 맥주생산에서 판매까지 완성하기 위해 농업회사법인 ‘생극양조’를 설립했다. 하루 500㎖ 2000병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들이 쌀과 맥주보리를 농사 짓는 땅은 49만5000㎡ 규모다. 맥주보리는 이중 약 23만1000㎡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성준씨와 명균씨는 유기농 맥주생산에 올인하고 있다. 명균 씨는 “캐나다에 있을 때 맥주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졌다”며 “재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사업성도 충분히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기농 맥주를 생산하는 게 꿈”이라며 “여건은 갖춰져 있고 어떻게 세계최고의 유기농 맥주를 생산해 국민들에게 선사해 주느냐가 목표가 됐다”고 전했다.

1차 산업에서 6차 산업까지 책임지고 있는 성준씨는 맥주가공 공장건립부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맥주공장이 들어서고 유기농 맥주가 일반에게 알려지면 맥주체험과 관련된 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에게도 큰 이득이 될 것이고, 나아가 맥주보리를 생산하는 농장과 연계해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하고 운용할 예정입니다." 음성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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