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법 판결 후 전국 법원서 무죄 판결 잇따라
종교적 신념 등 판단 기준 모호…검찰, 입증 고심
청주지법선 “국방부 주관 대체복무도 거부” 발언도

청주지검과 청주지법/자료사진
청주지검과 청주지법/자료사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충북지역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적 신념과 양심적 거부의 입증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1월 종교적 이유로 군입대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고 병역법 처벌조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의 해석을 판시한 최초의 판결로, 이후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최근 부산지법이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다’며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21)·노모(21)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법 형사항소2부도 A(23)씨의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고,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B(21)씨의 경우에는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도 종교적 이유로 군입대나 예비군훈련 입소를 거부한 이를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 어렵게 됐다. 병역 또는 예비군훈련 거부 사유가 ‘종교’라는 점이 입증되면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청주지법에서 열린 오모씨 등 ‘여호와의 증인’ 신도 4명에 대한 병역법 위반 사건 공판에서는 ‘종교적 진정성’ 등 쟁점을 두고 변호인과 검찰 측이 맞섰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이들은 2016년과 2017년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나 이를 종교적 이유로 거부하고 입영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됐다.

공판에서 검찰 측은 국방부의 대체복무제에 응할 의향 등을 물었는데 4명 중 2명은 “국방부와 병무청이 관여하는 형태의 대체복무제는 거부하겠다”는 대답을, 나머지 2명은 “국방부가 주도하는 대체복무제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씨는 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 등에 대한 선고는 오는 30일 열린다.

변호인 측은 이들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생활한 점과 지속적으로 집회·선교한 점 등을 들어 ‘진실된 종교·양심적’ 병역 거부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 같은 질문을 한 것은 종교적 신념·양심적 거부의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법조계는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판결을 하면서 검찰에 ‘진정한 양심의 존재를 증명하라’고 요구하면서 그 판단기준으로 언급한 것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이에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 판례를 분석해 이를 판단할 수 있는 10가지 지침을 마련해 일선 검찰에 내려 보냈다. 여기엔 종교가입의 여부와 실제 종교활동 여부, 가정환경·학교생활 등이 속해있다. 병역거부자가 주장하는 병역거부 이유가 실제 종교 교리에 따른 것인지, 실제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다른 신도들도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등을 따지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은 900여건이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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