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신서희 기자) 제궤의혈(堤潰蟻穴)은 천장지제궤자의혈(千丈之堤潰蟻自穴)의 줄인 말로 '한비자'의 '유로(喩老)'편에 나오는 성어다. 천 길이나 되는 제방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말에서 유래해, '제궤의혈'은 큰일을 하려면 작은 일부터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세종시교육청이 고교배정 시스템 오류로 인해 발생한 참사와 관련 소신껏 원리원칙이라는 기본에 주의했다면 신뢰가 쌓여있던 세종시교육청이라는 제방이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간단하게 세종시교육청 고교배정 오류 참사를 정리하자면 지난 11일 2019 평준화 고교배정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국제고, 과학영재고 등 특목고 합격생 109명이 포함된 채 고교배정이 진행된 오류를 확인하고 2차로 배정을 완료했다.

이후 1차 시스템 오류 당시 원하던 고교에 배정된 것을 알고 기뻐했던 195명의 학생들이 2차 배정으로 1,2,3지망에 지원하지도 않은 학교에 배정됐다며 반발했고 14일 195명 전원구제방침이 확정됐다.

195명 구제로 과밀과 저밀학교라는 제2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정원이 제대로 배정됐던 학교가 갑자기 저밀학교가 됨에 따라 내신불리 등 원치않는 피해를 보게 된 학부모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3일 밤샘 및 마라톤 항의가 빗발쳤고 최교진 교육감과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시교육청은 195명 중 구제 희망자 184명을 확정 발표하기 하루전날인 17일 법률검토 후 발표하겠다며 잠정 보류한 상태다.

세종시교육청 고교배정 참사를 접하는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은 "시스템 오류는 어쩔 수 없었지만 2차 배정대로 진행하지 왜 195명을 구제해줘서 일을 키웠나"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우를 범한 세종시교육청.

안일함, 졸속행정, 불통, 무원칙 등의 지탄이 당연하다.

22일 현재까지도 변호사 추천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길어지는 시간 앞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 학부모들은 불안감속에 피가 마를 정도라고 한다.

실수는 병가지 상사가 아니다. 후회는 절대 먼저 오지 않는다. 개미 구멍으로 큰 둑이 무너짐을 알고 작은 일이라도 소홀함이 없는 세종시교육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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