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청주시는 작년에 시금고(金庫) 선정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동안 은행 한 곳에서 관리해 오던 금고를 두 곳 이상 즉, 복수로 지정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선정되는 은행은 올부터 2022년까지 시 예산(올해만 3조490억원)을 주무르는 엄청난 이권을 누린다.

청주시가 단수에서 복수로 전환하려 했던 이유는 단수 독점으로 인한 실익보다 경쟁을 통한 복수 금고 지정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득권을 갖고 있는 NH농협은행엔 비상이 걸렸다. 대놓고 반발은 못했지만 복수금고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여론전을 펴며 단수 사수에 사활을 걸었다. 일각에선 특정은행을 거론하며 이 은행에게 금고를 맡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터져 나왔다. 공고가 나가기 전부터 시의 복수금고 전환 방침이 특혜성이라는 언론의 잇단 비판성 보도도 잇따랐다.

그러면서 농협이 각 읍·면에 점포를 두고 있어 이용하기가 편리하고 지역 기여도가 어느 금융기관보다도 크다는 점을 부각했다. 언론들은 한발 더 나아가 거론되는 특정은행이 청주에 기여한 게 농구팀 연고를 둔 것 밖에 뭐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청주시는 복수금고 지정을 강행해 지난해 10월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일반회계((2조8947억원·94.9%)를 맡을 1금고에 NH농협, 특별회계(543억원·5.1%)를 맡을 2금고에 KB국민은행을 선정하고 약정서를 체결했다.

문제는 협력사업비였다. 청주시가 단수 금고를 복수로 전환하려는 데는 협력사업비를 누가 더 내느냐, 다시 말해 청주시 살림에 누가 더 보탬이 되느냐를 경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그 작전은 성공했다. 농협은 직전 기간(2015~2018년) 36억원보다 14억원이 많은 50억원을 써 냈고 국민은행 36억원을 보태면 86억원이 된다.

이는 지난 4년간 단수금고였던 농협이 시에 출연한 협력사업비 36억원보다 50억원 늘어난 액수다. 여기에 2금고 국민은행으로부터 차량등록을 통한 지방세수 증대 약속도 받았다. 신규리스차량 3000대의 차고지를 청주에 둬 4년동안 자동차세 120억원(1년차 12억원, 2년차 24억원, 3년차 36억원, 4년차 48억원)을 납부하겠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복수인 1, 2금고를 통해 지난 4년동안보다 5.7배인 206억원이 청주시에 들어오게 됐다. 만약 종전처럼 단수금고로 지정했다면 어땠을까. 많아야 50억원에 그쳤을 것이다. 청주시는 복수금고를 통해 수익을 늘림으로써 시 재정을 불리는 목적 달성을 했다.

그런데 상처 입은 영광이랄까. 청주시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3순위인 신한은행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등 후폭풍에 휩싸였다. 1금고를 노리고 협력사업비 130억원을 제시한 국민은행이 약정계약 체결에 고민하자 청주시가 94억원을 깎아 준 것이 특혜논란의 빌미가 됐다. 만약 국민은행이 2금고를 포기하면 3순위인 신한은행 차지가 되지만 신한은행은 고작 18억원을 제시했을 뿐이다.

(국민은행이) 지키지도 못할 내용을 제시해 부적격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한 신한은행이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협력사업비를 깎아줬다고 해서 순위를 뒤집을 정도도 아니고, 눈 앞에서 138억원(국민 156억­신한 18억)이라는 거액을 날려 보낼 수 없다는 청주시 입장에 더 무게가 실렸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협력사업비 할인에도 순위변동이 안되고 부족한 가용재원 확충이 된다면 오히려 시민을 위한 소신있는 행정으로 박수를 받아야 한다.

2금고 국민은행청주시청점은 지난 7일 문을 열고 본격업무에 들어갔다.

남은 과제는 불합리한 시금고 선정 평가항목의 개선이다. 현재 100점 만점인 5개 평가항목 중 ‘지역주민 이용편리 20점’은 인터넷뱅킹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기준이다. 점포 수가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이 기준은 특정은행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높다. 행안부가 전반적인 평가 개선안을 만들고 있다니 다행이다.

국민은행이 2금고로 선정될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이자율이 다른 은행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청주시 예산을 수개월씩 굴려 번 돈(이자)으로 은행 배만 불릴 게 아니라 이자율을 높여 시 재정에 좀 더 도움이 되도록 해 보자. 그렇게 하면 협력사업비 놓고 불협화음이 생길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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