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주·충남아산·경기용인·이천·경북구미 양보 없는 불꽃경쟁
땅 무상임대·1천억 들여 인재양성 등 과열…최종 향배 관심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도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 주도로 올해부터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클러스터’ 유치전에 가세했다.

반도체클러스터는 지난달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업무보고에서 밝힌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에 포함된 것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120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고용창출효과가 1만명 이상에 달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물론 부품·소재·장비업체까지 입주하는 반도체클러스터는 정부가 경제 활력 회복차원에서 요청하면서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경쟁은 현재 5파전 양상이다.

충북 청주를 비롯해 충남 아산, 경기 용인·이천, 경북 구미가 각급 의회를 통해 유치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양보 없는 불꽃 경쟁의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청주시의회는 지난달 20일 건의문을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위해 '대·중소 반도체 상생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민간자금 120조원을 10년간 투자하기로 한 정부의 구상이 수도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경기도 용인을 입지로 SK하이닉스와 협의를 벌인다면 망국병인 수도권 과밀·집중 및 국토 불균형이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방향에 맞게 지방 소멸의 위기에 빠진 충북을 비롯한 비수도권을 입지로 해 달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정부와 공동으로 특화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용인시의회는 지난달 21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용인 유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발 빠르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용인시에 맞서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웃한 경기 이천시도 유치전에 가세했다.

이천시의회는 지난달 25일 결의문을 통해 “SK하이닉스는 36년 넘게 이천에서 운영되면서 힘들 때마다 이천시민이 응원하며 지켜낸 '시민 기업'”이라며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클러스터가 본사가 있는 이천시에 건립되도록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시민연대를 출범, 힘을 실어줬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유치 활동에 나선 구미시는 수도권과의 거리가 가장 멀어 교통 접근성은 불리하지만, 대규모 산업용지인 구미국가산업5단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경북도·구미시는 구미국가산업5단지 1단계 사업의 분양가를 낮추거나 2단계 사업 원형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북도·구미시는 대구시와 함께 SK하이닉스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SK하이닉스가 필요한 부지를 무상으로 장기 임대하고 관련 인재육성, 인프라와 근로자 정착 등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4년간 1000억원을 투입하는 상생 인재양성프로젝트에서 SK관련 전문인력을 우선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충남도는 지난 22일 다섯 번째 유치 대열에 합류했다. 충남은 평택 고덕에 반도체, 아산 탕정에 디스플레이 산업계가 지역에 입지해 산업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관계부처 논의 등을 거쳐 올 상반기 반도체클러스터 입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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