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 유원대 교수

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 사물들의 밀접한 집단을 가리키는 클러스터란 말이 산업적 측면에서 산업클러스터로 사용된 것은 영국의 경제학자 마샬에 의해서이다. 그는 1890년 영국에서 일정지역으로 특정산업이 집적되어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였다. 산업의 집적에 따라 전문기술을 가진 노동시장, 지원산업과 다양한 서비스, 기업들 간의 기술파급에 의해 발생하는 외부효과가 지역산업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보았다.

이후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와 보스턴 첨단산업지구에서 지역에 뿌리내린 조직문화와 제도, 기업지원체계 등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산업클러스터를 주목하게 된다. 그 후 산업클러스터는 경쟁과 협력 관계의 기업, 서비스 공급자, 연관 산업, 관련 기관 등이 공간적으로 집적된 곳으로 개념이 확장된다. 결국 산업클러스터는 기업, 연구소, 대학, 기업지원기관, 금융기관 등과 같은 다양한 주체가 일정한 지역 내에 입지하여 협력시스템이 형성되는 혁신환경을 지칭한다.

산업화 시대의 기업 집단입주지인 공업단지는 입주기업 간 연관성이 낮고, 입주업체 간 교류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적고. 지식산업의 창출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도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월활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보교류와 상호작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성된 것이 산업클러스터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클러스터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은 이미 40개의 산업 클러스터 실천 로드맵을 작성하는 클러스터 매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과학 분야와 기술 분야 간 교류 촉진과 뛰어난 생활여건을 조성하는 등 산학협력 성공 모델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일반적인 집적 경제를 넘어 기업들 간의 인접성과 상호작용에 의한 지역화 경제효과가 강조된다. 기업 간 구매 및 판매 연계로 인한 시장 지배력의 증가, 전문화된 수리시설의 활용 가능성 증대, 인프라의 공동 활용, 기업활동의 불확실성의 감소, 정보입수의 용이성 등이 강조된다.

근대 산업사회의 대량생산과 수직적 통합모델은 지식정보 산업의 출현으로 새로운 환경에 직면한다. 시장의 수요예측이 어려워 졌고,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다양화되었으며, 기술변화가 단일 목적의 생산설비를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대량생산체계는 새로운 환경변화의 특성에 대응하기에 지나치게 경직되고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이러한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유연적 생산체계이다. 유연적 생산체계에서는 적기공급, 지속적인 거래 등 소규모 연계가 증가되어 기업은 공간적 집적이라는 입지전략을 통해 외부거래에서 공간 의존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여기서는 창의적인 기업가 활동, 지역 노동시장 형성, 사회적 재생산과 동태적인 커뮤니티 형성 등 사회적 협력시스템이 강조된다.

정보사회의 도래로 급격히 변화하는 혁신환경은 산업경쟁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다. 지식기반 경제시대에서는 산업발전에서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면서, 인적자본과 더불어 제도적 자본,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의 지식기반 산업은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고정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과정의 일부를 외부화하는 경향이 높다. 이로 인하여 관련 활동이 집적된 공간을 선호하므로 집적이 중요하다. 단기적 고급인력을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이 중요하며, 수명주기가 짧아진 제품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부품기업과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지속적인 기술습득을 위한 신기술의 학습과 유통을 필요로 하며, 이에 따라 대학 및 연구기관들의 연구개발 역량과 결합을 추구한다.

혁신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학습과 혁신과 같은 사회학적이며 문화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지역의 경쟁우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발되고 창조될 수 있다. 지역의 경쟁우위 확보과정에서 산업클러스터의 구축을 기반으로 특정 업종, 제품의 생산과 관련된 기업, 협회, 정부기관을 포함하는 지역화 경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여기에는 생산과 거래비용의 절약 만이 아니라, 정보, 기술, 지식의 교류와 협력적 학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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