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근/ 취재부 차장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뿌연 하늘에 출·퇴근길 직장인들의 발걸음도 무겁다. 노점과 전통시장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주말에도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초미세먼지와 함께 생활하는 2019년 겨울의 모습이다. 미세먼지의 공포는 연일 최악을 경신하며 사상 처음으로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가동되기도 했다.

그런데 말만 ‘비상’이다. 공공·행정기관의 차량 2부제 시행이나 마스크 착용·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긴급재난문자메시지 발송 정도로 그쳤다.

민간차량 운행제한과 비상저감조치 전국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미세먼지특별법이 있다고 하지만, 법이 시행되는 오는 2월 15일까지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주민들이 체감효과를 받으려면 다음달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도 차원의 조례 제정 등 특별법 시행 이후 대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도민들은 숨쉬기가 불편해도, 건강에 해롭다고 해도 마스크 착용 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토로한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의 ‘미세먼지 해법’ 정책 콘서트에서는 “1등 경제를 주창하는 충북도는 아직도 투자유치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지난 14일 충북도가 확대간부회의에서 각종 산단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며 “미세먼지 저감보다 경제성장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높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충북도는 도시대기측정망 확대 등 기존 저감 시책 외에 수소차와 충전인프라 보급, 지역난방공사 청정연료 보급 등을 신규 시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도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정적인 순간 민생을 위한 섬세함과 공감능력이 부족한 모습이다. 도민들은 관성이 아닌 시의성과 현실성을 바탕으로 정책을 다루는 지방정부를 원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