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종(동양포럼 운영위원장·전 꽃동네대 총장)

유성종(동양포럼 운영위원장·전 꽃동네대 총장)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새봄을 맞이해 존경하고 친애하는 충북도민께 기쁜 마음으로 공개강좌에 초대합니다.

동양일보 동양포럼의 공개강좌는 한국의 중심지인 우리 고장—학향(學鄕)의 과거와 어제와 미래를 관통하는 중원문화의 자부를 되새기고, 그 문화 사회적 삶의 기맥을 드높여 이으려는 충정으로 발상하고 전개하는 우리들의 지향입니다. 우리의 현재를 새로운 시대와 사회로 수용함에 가장 올바르고 또한 가장 값지게 꾸며가기 위한 우리들의 길입니다. 특히 도래하는 장수사회의 주인으로서 그 삶의 보람을 온전케 한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마련한 우리들의 광장입니다.

한 말씀으로 요약하면 우리 고장—교육문화 도시에 있음직 하고 또한 있어야 할 하나의 문화형식과 문화 방법, 곧 삶의 모형을 마련하여 나누어 갖고 함께 누리는 지팡이입니다.



1. 과거의 일

저는 이것을 함께 구상하면서 우리의 오늘을 일구어온, 오래지도 멀지도 않은 개발연대의 일을 회상합니다. 세상이 급변하고 유동하는 가운데에서, 우리만이 뒤질 것이냐고 당시의 청주YMCA에서는 박재봉 목사가 이끈 Y‘s-man 그룹이 젊은이들을 일깨우기 위해, 최병준 원장이 이끈 청주문화원에서는 청소년의 의식개혁을 위해 공개강좌를 연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30‧40대의 신진기예의 지성인들이 ‘충북지역사회개발회’를 만들고, 매주 학습회를 열었으며 당시 유일한 지방일간지인 ‘충청일보’를 읽는 신문으로 만들어 준다고, 자발적으로 ‘흑과 백’이라는 칼럼난을 만들어서 원고를 돌려가며 써댔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매우 중요한 주제가 ‘충북의 사기 앙양’ 문제였고, 연규횡 교육감 말기에 그것이 충북교육의 이슈로 형성되고, 육진성 교육감의 등장과 함께 소년체전 7연승의 쾌거로, 충북인임을 감추고 살던 충북인들이 충북인임을 자랑스럽게 내놓기에 이르렀던 사회심리학적 정신사적 과정과 의미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2. 새로운 요구

그런데 지금 우리는, 세상이 급변하고 유동하는 것은 온전히 같지마는, 전혀 다른 의미의 사회적 변혁과 요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보화 사회의 한 측면에 기운, 철학이 없는 사회라는 방일(放逸)이고, 그래서 생각하는 국민과 사회라야 참다운 선진화를 이루고 누릴 수 있다는 당위(當爲)와 함께, 세계 최고의 고령화와 장수사회를 눈앞에 하고서도, 정부의 무감각과 무정책으로 장수자를 방치한 무책임 정치를 강요받고 있다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는 장수자들이 천시되고, 그러한 단편들의 퇴적이 민족의 미풍양속을 훼손케 하며, 결코 자의나 죄악이 아닌 천혜의 장수가 사회적 부담이라는 풍조로 귀납하는 기현상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회적 대응과 국가적 시책도 요구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장수자 자신의 자각과 변혁이 중요하다는 과제가 등장합니다. 공개강좌는 그 장수자 자신의 각성 운동의 방법으로 제시되는 지향입니다.



3. 직문학사(稷門學士)의 예

여러분은 중국 춘추시대(BC 3-4세기) 제(齊)나라의 수도 임치성(臨淄城)의 문밖(稷門)에 설치한 큰 학사(學舍)에 모였던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이야기를 알고 계십니다. 제나라 왕 3대에 걸쳐 열린 그 광장에 모여든 학사가 유명한 사람만으로도 76명이었고, 그 기풍에 함께한 학사는 수천 명에 이르러서, 유가(儒家)의 공자(孔子)‧ 맹자(孟子)를 비롯하여, 노자(老子), 장자(莊子), 묵자(墨子). 양자(楊子). 손자(孫子), 순자(荀子), 한비자(韓非子) 등등의 성현에, 그리고 유가(儒家), 도가(道家), 묵가(墨家), 농가(農家), 병가(兵家), 음양가(陰陽家), 종횡가(縱橫家) 등등의 영역에 걸쳐서, 참으로 자유로운 사상가들이 등장하고 배출되어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성화(聲華)를 이루었고, 중국사상(思想)의 황금시대(黃金時代)라는 평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역사(歷史)와 고사(故事)는 사회가 혼란하고 삶이 어려울 때일수록, 그 국면전환을 위하여 인간은 더 강해지고 새로운 방법을 창출해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의 우리에게 있어서, 이러한 배움과 지성의 결집,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슬기로운 사상의 대화와 토론과 방법의 도출을, 우리 고장에서 시도하여봄 직하지 않습니까? 서울과 부산과 대구와 광주에서는 되는데, 우리 고장에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 대로의 뜻이 있고, 힘이 있고, 길이 있고, 재주가 있지 않습니까?



4. 보배로운 권위

사실에 있어서, 우리 고장은 이미 그 새로운 길을 열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미 출범했습니다.

동양일보는 창사 25주년을 맞은 2016년에, 동양에서는 처음이고 세계에도 드문 ‘철학신문’을 표방하고 시작했습니다. 중앙지도 못하는 일과 길을 지방지의 곤경을 무릅쓰고 조철호 회장이 그의 독특한 창발력으로 채택했습니다. ‘미답의 길’을 간다는 그의 굳은 신념과 의지로, 이렇게 한국의 일간지 언론이 못하는 새길을 선포하고 연 것입니다.

그 방법의 하나가 ‘동아시아의 공통 가치를 찾아서’의 동양포럼이었고, 동양포럼은 지난 3년간에 매월 2회씩(2주, 4주의 월요일), 국민철학운동의 학술적 실천적 열매를 동양일보의 전면 1-2면 또는 전면 4면의 분량으로, 90회가 넘게 게재해왔습니다.

그 내용이 반드시 완벽한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그때마다 우리 사회에 무엇인가 새롭고 값있는 삶의 문제와 방법에 사상적 시사점(示唆點)을 던졌다고 저희는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 동양포럼이 2018년부터 착수한 과제가 ‘장수(長壽)개벽’이었으며, 노년철학 국제학술회를 3회 연속개최(8월, 9월, 11월)해 논의된 기조(基調) 위에, 2019년에는 노년철학 국제회의와 함께, 장수의 보람을 장수자 스스로 이해하고 만들고 함께 누리자는 뜻으로 공개강좌의 새로운 탑을 세우고 열고 펴고자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동양일보 조철호 회장과 함께, 또 하나의 주축(主軸)인 동양포럼 주간 김태창 박사의 무궁무진한 동력과 권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태창 박사는 청주가 낳은 희대의 수재이고 세계적 석학입니다. 그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의 겸손과 자기과시를 기피하는 학자적 기품 때문입니다.

김태창 박사는 지난 30년 동안 일본에서 교토포럼(京都Forum)을 통하여 ‘공공철학(公共哲學)’을 창도하여 일본의 학계와 대학에 정착시켰고, 교토대학과 동경대학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세계적 학맥을 형성하여, 세계 56개국에서 국제포럼을 순회 개최 주재하고, 일본 안에서의 교토포럼은 수백 회를 개최 주재하였으며, 횟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그의 지성적 강연은 초청되는 데마다 선풍을 일으켰습니다. 그 실적을 동경대학 총장과 공편으로, 동경대학 출판회에서 30여권의 ‘공공철학전집’으로 출간하였고, 그 중 10권이 중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는 등등으로, 한국에서보다는 외국에서 더 알려지고 존경받는 철학자입니다.

그런 김태창 박사가 공개강좌를 구상하고 고정강사로 전면에 나서서, 장수 ‘개벽’이라는 용어와 함께 장수의 보람을 여러분과 함께하려는 것입니다.



5. 대화와 나눔

이번에 드리는 공개강좌는 이러한 취지로 마련했고,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김태창 박사는 ‘장수개벽을 철학한다.’는 주제로, 3월, 6월, 9월, 10월에 장수는 3의 개벽, 장수개벽의 의미와 가치, 장수개벽과 삶의 대변혁, 장수개벽의 자각과 인식, 장수개벽과 건강과 행복, 장수개벽의 생명 체험, 장수개벽의 세계 체험, 장수개벽의 가치라는 소제목으로 8강좌를 담당합니다.

김용환 충북대 교수는 ‘장수사회의 윤리’를 주제로 4월, 5월, 11월, 12월에 장수사회의 생명실천, 장수사회의 홍익인간, 장수사회의 생태실천, 장수사회의 명상습관, 장수사회의 안전인성, 장수사회의 사회복락, 장수사회의 상생평화, 장수사회의 시민성 함양이라는 소제목으로 8강좌를 담당합니다.

저(유성종)는 ‘장수의 교육’을 주제로 7월, 8월, 1월, 2월에 오래 살아도 배우기, 오래 살아도 가르치기, 오래 살아도 뒤돌아보기, 오래 살아도 제구실하기, 오래 살아도 사랑하기, 오래 살아도 세상 바꾸기, 자서전/ 회고록 쓰기(1/ 2)라는 소제목으로 8강좌를 담당합니다.

우선은 3인의 고정강사로 시작하지만 공개강좌는 열린 마당이기 때문에 강사와 수강자의 차별이 없습니다. 90분의 강연(대화)에다가, 매월 한 주는 특강을 보태고, 또 한 주는 예체능의 시연을 보태어 다양하게 진행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강사와 주제를 열어서 넓히고자 하며 그 특강과 시연은 수강 회원의 자발적(재능기부로) 참여와 초빙제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이 공개강좌는 우선 청주에서 시작하고 후반기에는 충주에서도 열고, 내년에는 전도의 권역별로 설치해 하나라도 더 많은 생각하는 시민과 철학하는 도민이 주체적으로 행복한 삶을 이루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향은 높지마는 전개방법은 가장 낮은 자세로, 쉬운 말과 대화로 엮어나가는 나눔의 마당으로 펼친다는 것이 저희의 본뜻입니다.

마당은 모여야 제구실을 합니다. 모이지 않으면 빈터인 것뿐이지 마당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마당이 광장(廣場)이 된다면 우리고장을 위하여 얼마나 다행하고 기쁜 일이겠습니까?

타락한 소돔 땅을 벌하여 유황불을 내려서 멸망시키려는 하느님께, 아브라함이 의인(義人)을 봐서 용서하실 수 없느냐고 탄원하면서, ‘50명의 의인이 있으면 용서하시겠습니까?’로 시작하여, 45 명이면?, 30명이면?, 20명이면?, 10명이면? 하고 줄여가다가, 결국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하게 되었다는 구약성서의 이야기를 우리는 압니다.

도민 여러분께 공개강좌를 드리면서, 뜻있는 분의 선도적이고 폭넓은 참여가 우리 고장—학향, 교육문화 도시를 되살려, 바르고 밝고 크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하여마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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