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식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동양일보) 여기 10명의 노동자가 있다. 가장 열심히 일한 노동자는 100만원을 받는다. 또 어떤 노동자들은 그저 평범하게 일했는데 120만원을 받아 가고 다른 노동자는 150만원을 받아 간다.

이들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이 차이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100만원을 받으면서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일한 노동자는 ‘남들만큼 일하면 12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이 노동자에게 경영자는 120만원을 줄 수 없다.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가는 상관이 없다. ‘관운’이라는 요인은 여기서 등장한다. 나는 운이 없는 편이다.

하위직 9급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꿈꾸는 것은 어서 열심히 일하고 8급이 돼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였으며 2019년은 10.9%이다. 이에 비례하는 공무원 월급 인상률은 2018년 2.6%였으며 2019년에는 1.8%란다. 공무원의 월급은 기본급과 수당으로 이뤄져 있는데, 오르는 부분은 기본급에 해당하는 부분뿐이다. 결국 월급은 1%가 오를까 말까 한데 건강보험료는 3.49%가 오른다고 한다. 물가 상승률도 감안한 월급은 우울한 수치이다.

2017년에 결혼하고 20년이 넘은 아파트를 2년 만에 5000만원이나 떨어진 가격으로 구입했다. 다들 빚을 이용해 구입하듯이 나도 그러했다. 매월 80만원 정도가 이자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 월세를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으니 나쁘지 않은 비용이다. 한 달 기름 값으로 약 20만원, 관리비 20만원, 보험료 20만원, IPTV 및 통신비로 10만원, 양가 부모님 용돈으로 5만원씩 10만원, 점심값 10만원까지 계산해 보면 170만원이다. 개인 용돈과 아침저녁을 먹기 위한 식재료비와 여행비 등은 고려하지도 않았지만 월급보다 많다. 각종 세금 등이 발생하는 달은 더욱더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지만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럴 때 기댈 수 있는 부모님이 건강하시고, 많이들 있는 학자금 대출이 없는 것이다.

결혼하고 1년간 외벌이로 살아본 결과는 참으로 우울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자본, 즉 돈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돈 한 푼 없이는 하루를 버티는 것도 불가능하다. 혹자는 지천의 산나물을 캐먹으면 되지 않느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임산물 불법 채취로 잡혔다간 더 많은 비용이 나갈 뿐이다. 집을 팔고 월세로 살까도 생각해 보지만 어차피 은행에 월세를 낼 것인가, 집주인에게 월세를 낼 것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그게 그거다. 매회 이사 비용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손실이 날 수도 있다.

내 오랜 꿈은 결혼해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내년에 아내가 일을 시작한다고 해도, 임신하게 되면 다시 외벌이 인생이 돼야 한다.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을까, 둘의 목숨을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를 낳으면 투 잡을 뛰어도 몸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다가온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법을 어기면서까지 할 생각은 없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왜 아이를 안 낳는지 점점 이해가 간다.

열심히 일해도 매번 지출이 많은 통장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 조금이라도 빚이 늘어가는 속도를 줄여보기 위해 꼬박꼬박 소중히 월급을 받아야 한다.

현재 나는 9급 6호봉이다. 8급으로 승진해 월급이라도 올라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이면 좋으련만 직렬을 잘못 선택해서,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 들어와서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승진은 못하고 있다. 내년에도 할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다.

15명 정도가 되는 후배들은 더욱 우울한 상황일 것이다. 인생의, 그리고 세무직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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