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요즘 ‘방콕’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근무기간 공개일정을 분석했다면서 문 대통령을 ‘방콕 대통령’이라고 비난하고 나서면서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 온 600일간의 공개일정을 분석한 결과 75%가 청와대 내부에서 이뤄졌다며 이른바 ‘방콕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찬과 오찬, 만찬 등 공개 식사 일정은 100회에 불과하다며 ‘혼밥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일하지 않고 노는 대통령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청와대와 여당의 반발은 강경했다. 현직 대통령의 공개일정을 분석했다는 것도 그렇고 방콕 대통령이라고까지 했으니 한국당이 가짜뉴스의 생산지라는 비난을 퍼부을 만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눈 뜨는 곳이 곧 집무실이라고 옹호했던 한국당이 ‘방콕’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코메디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방콕 대통령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방굴러데시 대통령’이었다”고 응수했다.

아무튼 대통령의 일정을 놓고 방콕이니, 혼밥이니 하면서 정쟁거리로 만든 것은 예의가 아님은 분명한 것 같다.

방콕. 여기서 말하는 방콕은 태국의 수도 방콕이 아니라 방에 콕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이런 의미의 방콕을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들이대 희화화한 것은 정권을 잡아 본 제1야당으로서 금도를 넘어선 일이다.

이틀 후면 닷새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독자여러분 모두가 성묘 잘 다녀오시고 가족들과 떡국 드시고 세배하며 덕담을 나누는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그러나 긴 연휴동안 특별히 갈 곳을 찾지 못해 말 그대로 ‘방콕’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의외로 많다. TV나 보면서 무료하고 따분하게 연휴를 보낼 게 아니라 좀 더 의미있는 연휴를보내는 게 어떨까.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자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우리에겐 역사적으로 아주 뜻 깊은 해다. 조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 바쳐 일제에 항거한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면 더욱 고개를 숙이고 옷깃을 여며야 하는 게 후손들의 도리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항일유적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청주 인근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이 눈에 들어온다.

천안시 목천읍 흑성산 아래 400만㎡에 1987년 8월 들어선 독립기념관은 국민의 성금으로 건립된 겨레의 독립의지가 서려 있는 곳이다. 1982년 일본의 교과서에 실린 식민지 서술부분이 한국 국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게 건립 배경이다. 기념관 안에는 겨레의 탑과 겨레의 집, 전시관, 원형극장, 순국선열의 어록비 등이 있다.

겨레의 집 뒤에 병풍처럼 둘러 세워져 있는 전시관은 역대 왕조의 생활모습과 한글창제 등 겨레의 슬기와 국난극복의 사실을 보여주는 민족 전통관, 근대민족운동관, 일본 침략기의 역사적 사실, 3.1운동, 독립투쟁 역사,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한민국관 등 7관으로 구성돼 있다. 9만여 점의 유물이 전시 보존돼 있으며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야영장, 눈썰매장, 자연체험학습장, 한국독립운동연구소가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기념관을 둘러본다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우리 민족 최대의 항일독립운동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자연스레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는 데는 부담이 전혀 없다. 별도의 입장료 없이 주차료 2000원(경차는 1000원)만 내면 그 넓은 독립기념관을 다 둘러 볼 수 있다. 음식점과 편의점 등이 있어 이용에 불편이 없다. 날씨에 달려 있지만, ‘알뜰 관람’을 하려면 도시락을 싸 가 잔디밭에 둘러 앉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걷기가 힘든 어르신이나 어린이들은 미니열차(1000원)를 이용할 수 있다

독립기념관에서는 외침(外侵)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일궈 낸 우리 민족의 국난극복사와 국가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민족정신과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데 독립기념관만한 곳이 없다.

설 연휴동안 ‘방콕’할 바에야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가볍게 문 밖을 나서자. 가즈아~~독립기념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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