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등 영향 수요 몰려 배짱 영업 성행
대리기사 관련법안 ‘전무’…시민에 피해 전가
“지도 감독·표준 요금체계 등 대책 마련해야”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 A씨는 최근 청주시 내수읍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마치고 대리운전을 불렀다가 낭패를 봤다. 대리운전업체에 연락 후 30여분을 기다렸지만 대리기사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업체와 수차례 통화하면서 요금을 계속 올려봤지만 휴대전화는 여전히 울리지 않았다. 결국 1시간이 넘게 지나 평소 1만원에서 1만3000원이면 가던 거리를 2만5000원이나 지불하고서야 집에 귀가할 수 있었다.

직장인 B(45)씨는 대리운전기사와 다툰 사정을 토로했다. 금요일 밤 산남동 한 식당에서 회식 후 용암동 집으로 가기 위해 웃돈을 내고 1만5000원에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인근 아파트에 동료 직원을 내려달라는 부탁을 하자 ‘경유지는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고 한 것이었다. B씨는 “웃돈을 받고, 또 추가요금까지 내라는 말에 대리기사와 말다툼까지 했다”며 “요즘은 대리기사가 ‘갑’이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 이후 대리운전 수요가 늘어나는 틈을 타 청주지역 대리기사들의 ‘배짱 영업’이 도를 넘고 있다. 많게는 2배 이상 웃돈을 요구하는 등 대리운전 요금은 부르는 게 값이 되면서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30일 대리운전업계 등에 따르면 청주시내 기준 대리운전요금은 1만원을 기본으로 일부 외곽지역 등에 대해 3000원~1만원의 추가요금이 책정된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보여주는 요금일 뿐이다.

외곽이 아닌 시내지역에서도 일부 대리운전기사들이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콜을 수락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평소보다 최소 2000~3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 이상 추가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손님이 많은 금요일과 주말에는 2만원의 요금을 불러도 거절하기 일쑤다. 유흥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 아닌 곳은 이보다도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고, 경유 이동을 요청하면 대리요금은 이보다 더 뛰어오른다.

시민들은 지자체 등의 지도·감독과 요금정립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창민(36)씨는 “대리기사의 웃돈 요구를 업체에 항의해도 ‘콜 수락은 대리기사의 권한이라 업체가 강요할 수 없다’는 대답만 나온다”며 “표준화된 요금체계 등이 포함된 법규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웃돈 영업 등은 사회적으로 수차례 문제 제기된 상황이지만, 관련법규가 미비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대리운전 이용자 상당수가 법적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받고 있는 셈이다.

표준 요금체계 마련은 쉽지 않다. 버스 등 대중교통은 ‘공공요금위원회’가 있어 운임을 합의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반면 대리운전업체가 운임을 정할 경우는 되레 ‘담합’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사)대리기사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관련 법규가 없어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피해가 전가되고 있는 구조”라며 “법과 제도적인 틀이 갖춰져야 합리적인 수준에서 요금 책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