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청주내수읍사무소 주무관

 
신인섭 <청주내수읍사무소 주무관>
신인섭 <청주내수읍사무소 주무관>

 

(동양일보) 한 해가 다시 시작되었다. 2018년 마지막 해와 2019년 첫 해가 다를 바 없이 똑같이 동쪽에서 떴듯이 똑같은 나날처럼 느껴진다. ‘새해 결심’이란 거의 말장난에 불과하고 굳이 특별한 의미를 두어야 할지 한참 고민해 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업무가 바뀌고 나니 모든 것이 바뀌는 느낌이다. 새롭게 하는 일, 다른 주제로 찾아와서 상담하는 민원인, 업무 방식의 변동 등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와중에 문득 새해에 나 자신도 새로워져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새해에 가장 바빠지는 곳이 어딜까? 회사?, 주민센터?, 국회? 우습게도 제일 바쁜 것은 헬스장이라고 한다. 가장 많은 새해 다짐이 살빼기인데 살을 빼려 헬스장을 신청해 열심히 운동하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바쁜 헬스장도 한 두 달만 지나면 다시 한산해진다. 새해의 다짐을 이어가는 사람은 극히 일부고 중도포기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 중도포기자는 대부분 다음 새해에 다시 온다고 하니, 새해 헬스장은 내년에도 성황일 것 같다.

나도 작년까지는 ‘새해에 살을 빼서 새로워지겠다’고 결심한 적이 많았지만,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결심을 실천하지 못했다. 결국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다음 새해 북적이는 헬스장을 가게 되려나고 고민하다가 올해는 살을 빼겠다는 ‘결심’보다 이런 결심을 현실로 옮기는, ‘실천’하는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천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결심’은 하지만 실천하기 전 걱정이 너무 많았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결과가 제대로 나올까?’, ‘이건 실천하기에 힘들 것 같다’…. 결심을 실천하기 전에 부정적인 걱정만 하다 보니 제대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결심을 꺾거나 어중간한 결과가 나오기 일쑤였다. 그래서 올해는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자’는 걸 목표로 잡았다.

30여년을 부정적으로 살아온 내가 곧바로 긍정의 마음가짐으로 바뀔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최근 업무가 바뀌면서 달라지는 나를 느끼고 있다.

수급자 업무를 보면서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나보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많았고, 나보다 부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은 더 많았다. 심지어 큰소리로 욕하고 성질부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검디검은 진흙탕 속 현실에서도 진주처럼 하얗게 빛나는 사람도 있었다.

새해 수급자 한 분이 찾아와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해달라’고 5만원을 건넸다. 본인도 힘드신데 어떻게 기부하게 됐냐고 묻자 그는 허허 웃으며 ‘나는 물론 수급자이고 나이도 70을 바라보고 있지만, 몸은 아주 건강하다. 그러나 나보다 나이가 많이 먹은 사람도 있고, 몸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기부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신 뿐 아니라 남을 돕는 그 분이 정말 부럽다 못해 존경스러워졌다. 그러면서 언제나 부정적으로 생각해 결심을 실천하지 못했던 내 지난날의 행동들이 매우 부끄러워졌다.

올해부터라도 진주처럼 빛나는 그 분처럼 업무와 내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게 변하고 싶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결심을 수행하다 보면 나는 더 크게 변할 것이고 더 새롭게 된 나로 내년의 새해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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