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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우리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동양칼럼/ 우리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동양일보
  • 승인 2019.01.31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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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희 논설위원 / 한국선비정신계승회 회장
강준희 논설위원 / 한국선비정신계승회 회장

(동양일보) 고문진보(古文眞寶) 전집(前集)에 보면 이신(李紳)의 오언절구 ‘민농(憫農)’이란 시가 있다.

그 시는 이러하다.

서화일당오(鋤禾日當午)

한적화하토(汗滴禾下土)

수지반중손(誰知盤中飱)

입입개신고(粒粒皆辛苦)

이 시는 농민이 농사를 지을 때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려 농사를 지었느냐를 단적으로 표현한 시다.

여기서 ‘민농’은 농부를 딱하게 여긴다는 뜻도 되고 농사일이 힘듦을 민망하게 여긴다는 뜻도 된다.

그런데 이 시를 좀 더 살펴보면 끝 구절 ‘입입개신고’에 이르러서는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농사를 조금이라도 알거나 농사일을 얼마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말이다.

시 원문이

‘벼를 호미질하여 해가 낮이 되니

땀이 벼 밑의 흙으로 방울져 떨어진다

뉘 알리요 상 위의 밥이

알알이 다 피땀인 것을.’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우리가 먹는 쌀 한 톨 한 톨이 다 피땀으로 이룩된 것이라는 ‘입입개신고’에 어찌 숙연해지지 않을 수 있는가.

‘입입(粒粒)’은 ‘한 알 한 알’이란 뜻이요 ‘개신고(皆辛苦)는 모두(다) 맵고 괴롭다는 뜻이어서 농사일의 힘듦을 나타낸 말이다.

농사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으면 쌀 미(米)자가 사방으로 여덟팔자(八)로 돼 있고 가운데 열십자(十)를 써서 농부가 쌀을 만들어 먹을 때까지 여든 여덟 번의 손이 간다 했겠는가.

고문진보에는 이신의 시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일도성곽(昨日到城郭)

귀래누만건(歸來淚滿巾)

불시양잠인(不是養蠶人) 이라고 쓴 시도 있어 잠부(蠶婦)의 애달픔을 쓰기도 했다. 뜻인즉,

‘어제 성 밖에 갔다가

돌아와 눈물이 수건을 적시었다.

온 몸에 비단을 두른 사람은

곧 누에를 기른 사람이 아니었다‘는 내용의 시다.

이 시는 앞의 시와 쌍벽을 이루는 시로 깊이 한번 음미해볼 일이다.

요즘이야 과학영농시대여서 기계가 모든 농사를 다 짓지만 지난날엔 원시농법이어서 사람이 수작업으로 농사를 다 지었다.

민(民)은 이식(以食)이 위천(爲天)이라, 백성은 먹는 것으로써 하늘을 삼았다.

어찌 백성뿐이겠는가.

군주도 성군(聖君)은 백성을 하늘로 삼았다.

지금도 저 아프리카 난민촌엔 가난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국민소득 3만불이라는 우리는 먹는 것 입는 것이 풍부해 단군 이래 가장 잘 산다 하는데도 아직 라면도 변변히 못 끓이고 옷도 제대로 못 입는 일들이 많다.

이럼에도 위정자들은 허구한 날 쌈박질만 일삼아 위민정치 인생정치는 뒷전이다.

삼권(三權)을 한 손에 쥐고 고을을 다스리던 목민관들은 그 세도와 권한으로 치부를 했다.

그러나 올바른 농민관은 이두이변(二豆二籩)이라 하여 밥상에 국, 김치, 간장 된장의 네 가지 이상의 반찬은 올리질 않았다.

심지어 백성을 하늘로 아는 성군들은 나라에 무슨 변고가 생기면 근신하는 뜻으로 수라상에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

이를 감선(減膳)이라 한다.

우리 속담에 금의일식(錦衣一食)이라, 비단옷도 한 끼 밥과 바꿔 먹고, 사흘 굶어 도둑질 안하는 사람이 없다 했다.

결혼식이나 각종 연회 등에 가면 기름지고 값비싼 음식들이 남아돌아 그냥 버리는 경우가 있다.

아 저래도 되는 것인가?

아, 저래도 죄 안 받을까 싶어 하늘 보기가 두렵다.

세상에 뭐가 서러우니 괴로우니 해도 배고픈 것 이상 서럽고 괴로운 게 없다.

정신 차릴 일이다.

그리고 하늘에 고개 숙여 이웃을 돌아 볼 일이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있는가.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도 없다.

하늘은 아무 일도 안 하는 것 같지만 너무나 큰일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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