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모든 사람은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인간적 삶의 ‘기본’조차 영위하지 못한채 오로지 기계에 의존해 생명만 유지하는 사람, 즉 연명치료중인 사람에게 존엄하게 세상을 떠날 권리인 ‘웰 다잉’을 인정해 주자고 시행한게 '존엄사법'이다.

시행된지 벌써 1년이 됐는데 그후 연명 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5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숫자만 보면 벌써 시행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제도가 빠르게 정착하는 것 같다.

이제 3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존엄사법 개정안은 의식이 없는 환자의 연명 의료 행위를 중단하고자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을 기존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으로 축소했는데, 이 또한 큰 진전이다. 지금은 배우자와 자녀·손주·증손주 등 모든 직계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3월 말부터는 배우자와 부모, 자녀의 승낙을 얻으면 된다.

존엄사법 시행으로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기초가 마련됐지만 개선할 부문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해 연명 의료를 중단한 환자들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호스피스 병동을 확충해야 한다.

또 연명 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병원 윤리위원회가 환자 사망이 임박했다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런 위원회가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상급종합병원 모두가 윤리위를 갖고 있지만, 종합병원은 31%, 병원급은 0.6%, 요양병원은 1.4%만이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본인이 미리 하는 것보다는 가족이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본인이 사전에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놨다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자 연명 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상당히 드물다고 한다. 많은 환자가 본인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웰다잉을 위해서는 법률뿐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과 해당 인프라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단숨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가고 제도 보완과 사회적 공감대를 늘려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반드시 한번은 겪어야 하는 죽음이기에 그 과정을 품격있게 맞는 것도 중요한 권리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좀 더 열린 자세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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