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올해 충청지역에 있는 천연기념물·명승 등 자연유산에서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민속행사가 다채롭게 치러진다. 한국은 예로부터 마을의 큰 나무나 숲 등의 자연물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매년 마을과 주민들의 평안과 번영을 빌어왔다. 문화재청은 마을 고유의 민속신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2003년부터 당산제, 풍어제, 용신제 등 민속제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충청지역에서 열리는 민속행사들을 소개한다.



●충북

천연기념물 382호인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에서는 오는 19일 서낭제가 펼쳐진다. 삼괴정(三槐亭)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를 마을에서는 신목(神木)으로 여긴다.

영동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233호)에서는 오는 4월 5일 당산제가 열린다.

해마다 정월대보름 사찰의 사천왕이자 수호신 역할을 하던 은행나무에 제를 올리던 풍습으로 1980년대 이후 맥이 끊겼다가 2010년 부활했다. 매년 당산제에서는 살풀이춤, 북춤, 바라춤 등 공연과 소망 글을 적은 소지(燒紙)를 태워 하늘로 날려보내는 등 다양한 행사를 선보였다.

197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영국사 은행나무(높이 31.4m, 가슴높이 둘레 11.5m)는 전쟁 등 나라에 큰일이 터질 것을 미리 알리는 울음소리를 내는 등 영험한 기운이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오는 5월 명승 61호인 속리산 법주사 일원에서는 천왕봉 산신제를 볼 수 있다. 천왕봉 산신제는 속리산의 산신(山神)을 모셔놓고 평안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행사다.



●충남

충남 서천군은 7일 천연기념물 169호인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 숲에서 마을 주민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서면 마량리 당제를 올린다. 이 행사는 400년 전 마량진의 수군 첨사가 험난한 바다를 안전하게 다니려면 이곳에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하늘의 계시를 받고 제단을 만들어 지낸 것이 그 시초다. 첨사가 제단을 만들 당시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는데 그 동백나무가 자라 지금의 숲을 이뤘다고 한다.

오는 3월 21일 충남 보령 외연도 상록수림(천연기념물 169호)에서는 풍어당제를 볼 있다. 외연도 풍어당제는 충남 서해안 일대에서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당제로, 어로활동을 매개로 성립된 서해안 당제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이 돋보이는 중요한 의례다. 가치를 인정받은 풍어당제는 지난해 충남도 무형문화재 54호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오는 18일 당진 면천 은행나무에서는 목신제를, 4월 20일 공주 고마나루에서는 수신제를, 6월 7일 금산 보석사 은행나무에서는 대신제 등을 볼 수 있다. 민속행사는 행사 당일 현장을 방문하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라져가는 전통 민속행사의 명맥이 지속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자연 유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체험·교육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들을 발굴,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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