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소멸 원한다” 발언 여호와의 증인 신도 무죄
“이제 신도 아냐” 재판 중 입장 바꾼 20대는 유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과 관련, 종교적 신념과 양심적 거부의 입증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청주지법에서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상반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1월 22일자 3면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며 법정에서 국가와 군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이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반면, 재판 중 마음을 바꿔 “군대에 가겠다”고 한 20대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청주지법 형사5단독 빈태욱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23)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과 2017년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이를 종교적 이유로 거부하고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달 16일 열린 공판에서 대체복무에 응할 의향을 묻는 검찰 질문에 이들 대부분은 “거부하겠다”는 취지로 답했고, 특히 오씨는 “(우리나라의) 국가적 토대의 소멸을 원한다”며 군대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 답변을 했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등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은 진정한 양심의 자유에 따른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오씨 등이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하는 등 ‘종교적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와 군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들을 정당한 병역거부자로 인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번 선고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주지법 항소2부(윤성묵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016년 종교적인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A씨는 2017년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 선고를 받은 뒤 항소했다. 항소심 진행 중 지난해 11월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 A씨는 자신의 종교적 양심을 입증할 경우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A씨는 돌연 “더 이상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며 입영통지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과거 입영 거부 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됐다. A씨와 검찰이 모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1월 18일 확정됐다.

청주지법 공보판사는 “병역법 판결은 신념의 옳고 그름에 대한 시비가 아니라 이들이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는지를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은 900여건이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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