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경북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파문이 국민적 공분을 산 가운데 대전.세종.충남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탈과 추태가 지역민들을 낯부끄럽게 하고 있다. 대전 구의회 의장단의 ‘무개념 연수’, 세종시의회의 ‘묻지마 의정비 인상’, 충남도의회의 ‘청사로비 뷔페식’ 논란이 바로 이들 의회의 일그러진 자화상(自畵像)이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무용론 등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아직도 손가락질 받을 일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정례회가 끝나자마자 태국으로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난 대전지역 기초의회 의장단 사례는 주민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예다. 대전 자치구의회 의장 3명은 지난달 3박5일 일정으로 태국을 다녀왔다. 당초 일정은 대전 5개 자치구의회 의장이 모두 참여하는 국외 연수로 계획한 것으로, 대전구의회의장협의회에서 500만원의 연수비용이 지급됐다. 하지만 연수 직전 예천군의회 파문이 불거지자 2명은 연수를 취소했고, 3명은 협의회에서 지급된 비용을 전액 반납한 뒤 자비로 연수를 다녀왔다. 예천 사태 와중에 관광성 연수를 떠났다는 것은 도를 넘어선 짓이다.

세종시의회 행태도 지탄받을 일이다. 시의회는 최근 의원 의정비(의정비와 월정수당)를 4200만원에서 5197만원으로 인상했다. 인상액은 997만원, 인상률은 23.7%로 전국 최고다. 월정수당은 무려 41.5%가 올랐다. 공공기관 임금 인상 기준율 1.8%의 23배를 넘는다. 여기에다 의정활동비도 공무원 연봉 인상률의 50% 수준에서 매년 추가로 받게 된다. 어려운 지역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할 의원들이 의정비에 이리 안달하는 것은 의원 양식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충남도의회 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가관이다. 대낮에 공공청사 로비에서 그것도 출장뷔페식에 주류까지 반입해 오찬을 즐긴 충남도의회 의원들. 이들은 지난달 31일 임시회를 폐회한 직후 도의회 1층 로비에 1인당 3만원 상당의 출장뷔페와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청사는 음식물 냄새로 진동했고, 의회를 찾은 민원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처럼 충청권 지방의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파행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등한시하는 것도 모자라 마치 의원을 위해 의회가 존재하는 양 군림하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방의회의 역할은 주민 복지와 살림을 알뜰히 챙기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방의회가 구태를 되풀이하다가는 호된 역풍을 맞게 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의원들은 자성해야 한다. 아직도 시시때때로 고개를 들고 나타나는 지방의회 무용론이 왜인지, 먼저 생각해야 할 기관이 바로 충청권 지방의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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