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의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사업으로 인해 이주 대상에 오른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입동리 주민 중에는 한국화가이면서 무대미술을 하는 민병구(54)씨도 있다.

민씨는 입동리에서 20년 동안 중부무대미술연구소(청주시 청원군 내수읍 입동길 38)를 운영하며 무대제작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이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사업 예정지로 선정되며 작업실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민씨는 “오전이든 오후든 밤이든 새벽이든 공연 올리는 많은 예술인과 학생들이 제 작업장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받는 보상금으로는 근처 땅을 살 수도 없고 건물을 짓거나 옮길 수도 없다. 대한민국 정책에 제가 하는 무대미술을 놓고 싶지 않다”고 호소한다.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는 청주시 내수읍 입동리와 신안리 32만㎡에 항공산업·물류 등의 기업체들이 입주하는 공항 중심형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이다. 도와 시가 사업비를 분담하는 에어로폴리스 2지구 사업은 현재 협의보상 단계에 있다.

하지만 평당 40만원 수준의 토지보상금으로는 다른 곳에 작업실을 구하기도, 새로 짓기도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1800만원을 들여 지은 창고가 350만원이라는 감정가를 받았다. 지금 작업소와 같은 창고와 집을 구하려면 한 달에 월세 500만원은 줘야 하지만 너무 손쉽게 땅과 건물만 감정평가해 보상하고 있다”며 “돈을 더 원하는 것이 아니다. 피땀 흘려 작업한 내 작업장을 돈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작업할 수 있는 땅과 공간을 달라”고 토로한다.

민씨는 최근 호소문을 통해 자신은 물론, 입동리 주민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알리고 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주공항 에어폴리스2지구 MRO 사업으로인한 억울함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도 올렸다.

민씨는 “공군비행장이 건립되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버리고 타지에 살며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1994년에 힘겹게 고향에 정착해 열심히 살아왔다”며 “ MRO 단지 조성으로 또 이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젠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특히 입동리 주민들은 1976년 17전투비행장, 1991년 청주공항 건설로 이미 두 번이나 이주한데 이어 에어로폴리스 2지구 조성으로 세 번째 강제 이주 당할 처지에 놓여 있어 마을 전체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이주대상만 해도 30여가구다. 멀지 않은 곳에 이주택지를 조성해 싸게 공급해 주지 않으면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은 새집을 지을 수 없다. 게다가 시유지는 토지 취득 및 개별 분양 시 수의계약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경제자유구역청이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이주택지로 점찍었던 내수읍 원통리 청주시 소유부지로의 이주가 무산되며 근심은 더 커졌다.

민씨는 “무대제작소를 혼자 지어서 대한민국 예술인들을 위해 헌신해 왔지만 이제 무대미술을 그만하라는 것 같다”며 “중앙과 지방정부에 의해 강제 이주를 하게 된 힘없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한 번만 제대로 들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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