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도시 축산농가 연간 필요량 40만개… 농민들 너도나도 판매나서

볏짚을 모아 저장사료로 만들어 놓은 공주와 논산지역 들판의 곤포 사일리지.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겨울철 농촌 들판에서 흔히 볼수 있는 바윗돌만한 흰 덩어리. 농민들이 가을걷이 뒤 소 사료로 팔기 위해 압축한 ‘곤포 사일리지’ 즉 볏짚더미 저장사료다.

눈비와 습기에 따른 부패를 막고, 자연발효를 위해 흰 비닐로 감싼 것을 빗대 ‘공룡알’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공룡알에 볏짚을 빼앗긴 논의 영양손실 가속화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력(地力) 약화를 부르는 악순환의 반복과 화학비료 사용량 증가에 의한 토양오염도 불가피하다.

한우사육 농가 확산에 따른 공룡알의 수요 증가와, 이를 통한 농가소득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8일 논산·공주시에 따르면 두 지역 관내 소 사육 규모는 한우 젖소 모두 4만 7000여두.

소 1마리가 먹는 공룡알 숫자가 연간 8.5개인걸로 추산하면 논산·공주의 축산농가에서 1년간 필요로 하는 공룡알은 39만 9500여개에 이른다.

공주에서 알밤한우 브랜드에 소를 납품한다는 한모(63)씨는 “축산농 증가는 공주와 논산 뿐 아닌 전국적 추세인데 반해 국내에 조사료를 재배할수 있는 초지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비가공 사료용 원재료가 볏짚 밖에 없는 현실에서 소들에게 먹일 공룡알 수요는 사실상 무한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공룡알 1개당 판매가격은 3만5000~5만원.

두 지역 축산농가에서 필요로 하는 숫자를 곱해 환산할 경우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연 140억~200억원에 육박한다.

2016년 태풍 차바로 벼농사가 큰 피해를 입었을 당시에는 개당 가격이 6만5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논산평야에서 대단위 벼농사를 짓고 있는 양모(56)씨는 “논 1필지(1200평·4000m²)당 생산되는 공룡알은 약 8~9개정도”라면서 “여기서 가외로 발생하는 순수익은 농민들에게 결코 포기할수 없는 유혹”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0.1ha(300평)의 논에서 나오는 볏짚 600kg 속에는 유기물 174kg, 요소 9.3kg, 용과린 28.5kg, 규산 252kg 등이 함유돼 있다.

미량성분 공급, 유용미생물 증식을 통한 토양의 물리화학성 개선에 큰 효과가 있어 지력증진을 시킬수 있는 근본적 원천이다.

또한 겨우내 볏짚에 덮여 있는 논은 수분증발 등을 막아 휴지기에 토질을 개선한다.

하지만 이같은 중요 역할을 하는 볏짚이 논에서 사라지면서 논바닥이 딱딱해지는 경화현상과 함께 미생물의 활동도 크게 떨어진다.

악화된 토양환경은 벼 생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병해충 발생을 증가시킨다. 농약사용량 증가를 부르고 쌀 품질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논산·공주시 농정 관계자들은 “지력을 높여주기 위해 볏짚을 논에 뿌려주거나 녹비작물 재배를 확대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해야 미질 좋은 벼를 수확할수 있다”며 “농민들이 눈앞의 이익보다 부족한 유기물 보충과 지속가능한 농토배양 실천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공룡알 판매로 얻는 수익을 포기할수 없는 농민들에게 대체 수익원을 제시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런 악순환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논산·공주 유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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