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동이 틀 때’ 직접 감독해 올해 민족영화상 선정

(동양일보 홍여선 기자) 일제 강점기 저항시 ‘그날이 오면’과 농촌계몽 소설 ‘상록수’의 저자이자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심훈(1901~1936)이 최근 영화인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서울 중구)에서 열린 10회 올해의 영화상에서 심훈 감독의 영화 ‘먼동이 틀 때’가 민족영화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기자협회(영기협)이 주최하는 올해의 영화상은 한국 영화산업 발전에 기어코자 2010년 제정됐다. 올해는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과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역사와 문화의 다양한 의미를 재조명하고자 ‘먼동이 틀때’와 ‘아리랑’(1926년 감독 나운규), ‘사랑을 찾아서’ (1928년 감독 나운규) 등 3개 작품을 민족영화상으로 선정했다.

심훈의 '먼동이 틀 때'는 1927년 계림영화사에서 제작된 영화로 신일선, 강홍식이 주연배우로 출연했다.

이 영화는 1920년대 암담한 일제식민지하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좌절하는 광진과 이상향을 찾아서 먼 길을 떠나는 남녀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해 무성영화시대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1936년 11월 발간된 잡지 ‘삼천리’ 8권 11호에서 나운규는 우리 영화계의 3대 명작 중 하나로 ‘먼동이 틀 때’를 꼽았으며, 장화홍련전 이명우 감독도 ‘아리랑’, ‘춘풍’과 더불어 ‘먼동이 틀 때’를 꼽아 당시 영화계에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먼동이 틀 때’를 감독하기 이전인 1926년에 제작된 영화 ‘장한몽’에서 후반기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요절하기 1년 전인 1935년 1월 잡지 ‘중앙’의 문답록 설문에서 본인의 어렸을 적 꿈을 배우라고 할 정도로 영화에 대한 꿈과 열정이 가득했으며 이러한 열정은 영화평론으로 이어져 무려 36개 평론을 남겼다.

그의 영화인으로서의 뜨거운 삶은 독립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민족 영화상 수상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됐다.

당진시청 장승률 학예연구사는“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서의 삶 이전에 심훈선생은 영화와 야구 등 다양한 부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신지식인이었다”며 “올해 한국영화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선생의 다양한 활동과 업적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당진에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 홍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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