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청주의 한 대학생이 간암 투병중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이식해 주기 위해 수술대에 올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요즘은 친부모와 자식 간에도 흉측한 일들이 벌어지는 세태 속 이 대학생이 보여준 효심은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아버지에게 간이식을 한 학생은 충청대에 재학중인 이은비(30·간호학과 2년·청주시 서원구 수곡동)씨다.

은비씨는 12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버지 이기섭(59)씨에게 자신의 간 70%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청주에서 택시기사로 일했던 아버지 이씨는 지난해 8월부터 부쩍 몸살을 자주 앓고, 음식물 넘기는 것도 힘들어했으며 옆구리도 뻐근해 하는 등 의심스러운 증세를 자주 보였다.

평소 당뇨 등 지병으로 약을 복용했던 이씨는 떨어진 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가족들의 권유로 검진을 받게 됐다.

검진 결과 이씨는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색전술 등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했지만 간암 말기였기에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남은 방법은 이씨의 간을 전부 제거하고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것뿐이었다.

간을 이식하는 일은 자식이나 형제만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은비씨는 망설임 없이 공여자로 나섰다. 부모님이 아프신데 딸이 나서는 것은 자식으로서 당연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간이식이 결정된 후 이씨는 딸 얼굴을 보지 못할 정도로 미안해하며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혹시라도 부모님에게 부담감을 줄까 은비씨는 수술대 위에 오르는 두려움도 감추고 항상 밝은 모습만 보였다.

은비씨는 70%를 절단해 아버지 이씨에게 이식했다. 빠르면 2주간 입원후 퇴원을 할 수 있지만 간의 3분의 2 이상을 이식한 만큼 충분한 요양이 필요하다.

하지만 은비씨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만큼 휴학을 하지 않고 다음 달 개강에 맞춰 학교에 돌아가기로 했다.

순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동생을 보며 간호사라는 새로움 꿈을 갖게 된 은비씨는 20대 후반에 간호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이나 일상생활에 있어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범생이다.

은비씨의 어머니 박정미(54)씨는 “색전술을 몇 차례 받았지만 소용이 없어 이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딸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식을 결정했다. 딸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훔쳤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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