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지난해 충남도의회가 도입한 일부 도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유명무실 논란에 휩싸였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도의회에서 유상주 공주의료원장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냈는데도 그대로 임용의지를 드러내면서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도의회의 수용 결정에 양 지사의 도정 부담을 줄여주려는 도의회의 ‘충복(忠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하지 못하는 거수기로 전락한 충남도의회란 비난이다.

충남도는 12일 “유상주 공주의료원 후보를 최종 의료원장으로 13일 양승조 지사가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궁영 도 행정부지사는 이례적으로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유 후보자를 공주의료원장으로 임용코자 한다”며 “청문회 당시 후보자의 답변이 미흡했던 점은 인정되나 실정법 위반 등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았고, 서산의료원에서의 경력과 성과로 볼 때 경영능력과 조직운영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보고 최종 임명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공주의료원에 경영 악화, 간호 인력 부족 등 당면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임명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충남도의 이 같은 임용강행의지는 지난달 29일 채택한 도의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시비가 되고 있다.

도의회는 보고서를 통해 “조직 현안에 대한 대처 능력과 각종 의혹에 따른 도덕성 미흡은 단점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궁 부지사는 “유 후보로부터 소명자료를 넘겨받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하지만 충남도와 충남도의회와 지난해 9월 맺은 인사청문회 시행 협약이 보여주기식 ‘시늉협약’에 머무르면서 인사청문회도 아무런 실효성과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지사와 다수의 도의원이 같은 정당이라서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도의회가 다양한 검증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인사청문회를 위해 이번 시행착오를 개선, 더욱 세밀한 인사청문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연 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은 “청문회 당일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기억이 안 난다며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지만, 이후 제출한 관련 서류에서 의혹이 소명됐다”며 “앞으로 제도적 근거를 명확히 해 의원들이 취득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도의회 검증 절차의 완성도를 지금보다 높여 다음 청문회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정래수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