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중단 환자 3만5000명 넘어

(동양일보 김홍균 기자)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나면서 한국의 임종문화가 바뀌어가고 있다. 의료 기술에 의해 목숨만 유지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에 이르는 쪽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2018년 2월 4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한 환자는 3만5000명을 넘어섰다.

또 임종이 임박했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서약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도 11만3000여명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자 2만1291명, 여자 1만4140명이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유보란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기간이 길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6개월 1만4787명, 시행 7개월 1만7830명, 시행 8개월 2만742명, 시행 9개월 2만4331명, 시행 10개월 2만8256명, 시행 11개월 3만2211명 등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는 1만1255명(31.8%),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한 경우는 1만2731명으로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 환자의 67.7%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했다가 회복 불가능 상황에 부닥치자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283명(0.8%)에 그쳤다.

또 연명의료 계획서를 써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1만1162명(31.5%)이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수 있는 곳은 총 94곳(지역 보건의료기관 23곳, 의료기관 49곳, 비영리법인·단체 21곳, 공공기관 1곳)이다.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 환자 중에서 더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1만6065명(남자 1만97명, 여자 5968명)이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가 암 등의 말기 환자나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 판단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작성한다.

환자 스스로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거나 시행 중인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된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정하기 위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전체 3337곳 중에서 168곳(5.0%)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 계획서를 썼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에서 사망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윤리위가 설치된 상급종합병원은 42곳 이다.

그러나 상당수 의료기관이 아직까지 윤리위 설치하지 않고 있다. 종합병원은 302곳 중 95곳(31.4%), 병원급은 1467곳 중 9곳(0.6%), 요양병원은 1526곳 중 22곳(1.4%)만이 윤리위를 설치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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