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 지구상에 교육열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마지막 목표가 명문대 진학인데 세계대학 평가에서 우리 대학들의 위상은 초라하며 또한 노벨상을 비롯한 학문적 성과가 거의 없다. 이런 점에서 혁신적인 세계의 대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마침 모일간지에 새해 첫날부터 8회에 걸쳐 ‘질주하는 세계․ 대학’ 이 연재 되었는데 그 중에서 특이한 몇 학교를 추려 보았다.

노벨상 수상자 93명을 배출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그동안 학과 단위로 운영해온 AI(Artificial Intelligence ․ 인공지능) 를 처음으로 단과대인 AI 칼리지로 9월에 문을 연다. MIT는 AI를 이공계는 물론 인문사회계까지도 모두가 사용할 ‘미래의 언어’ 로 규정하고 모든 학생에게 가르치고 다른 학문과 융합하는 단과대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AI언어와 자신의 전공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이중언어자(bilingual)’ 로 탈바꿈 한다. 모든 학문은 AI로 통하는 시대에 맞춘 가히 MIT의 교육혁명이라 할 수 있다.

일본 교토대 iPS 세포연구소 (CiRA)에는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일본인 절반이 쓸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 파킨슨씨병 iPS 이식치료가 2022년에 실행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iPS 세포란 사람 세포에서 섬유질을 만드는 섬유아세포를 떼어낸 뒤 그 안에 특정 유전자 4개를 넣어서 만든 줄기 세포이다. 이 사업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대학이 협력할 뿐 아니라 일본 국민도 한 해 기부자가 2만 명이 넘게 줄기 세포 연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소개 된 학교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교육의 틀을 바꾼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이다. 2014년에 학생 29명으로 시작한 미네르바 스쿨은 '아직 생기지도 않은 직업에 적응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 이 대학의 목표다. 이 학교는 물리적 캠퍼스가 없다, 샌프란시스코에 행정본부가 있지만 강의실이나 연구실, 도서관도 없다. 입학과 동시에 세계의 각 도시로 흩어진다. 1학년은 샌프란시스코, 2학년은 인도의 하이데라바드· 서울, 3학년은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4학년은 런던․ 대만으로 옮겨가며 수업을 하는데 거기서도 정해진 곳에서 공부하지 않는다. 모든 수업은 온 라인으로 듣고 나머지 시간은 구글, 아마존, 우버 같은 기업과 비영리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사람을 만나는 등 이 모든 것이 이 대학의 교육과정이다. 미네르바 학생들에겐 전 세계가 캠퍼스이며 강의실이다. 매주 월∼목요일까지 4∼5과목(16∼18학점)씩 이수하며 강의는 기숙사든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이든 세계 어느 곳에든지 같은 시간에 실시간으로 듣는다. 그와 함께 카카오본사, SK 엔 카 닷컴,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이나 사회적 기업 어반 소사이어티 같은 곳에서 그 곳 실무진이 내준 과제를 하는데 ‘새 제품 론칭 홍보 전략’ 을 짜거나 ‘원가율 개선 방안’ 을 함께 짜고 이것을 학기말에 제출하기도 하는데 이때 맡은 과제는 학생용 연습문제가 아니라 ‘실전체험’ 이다. 기업 현장의 직원이나 간부들은 “학생들이 우리 내부의 기획보다 뛰어난 앱 을 만들어 새 앱 을 출시할 때 미네르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반영 하겠다” 거나 “이들은 학생이 아닌 외부 협력사 파트너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평할 정도로 실용성이 높다고 한다.

연재 된 ‘질주하는 세계 ․ 대학’ 을 보고 성균관대 신 동렬 총장, 연세대 김용학 총장, 김 도연 포스텍 총장이 한국대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는데 현재 우리 대학의 민낯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91년 한국의 카이스트를 본떠 만든

싱가포르 난양 이공대는 이젠 규제에 갇힌 한국 모델을 버리고 여러 대학 평가에서 세계 10위권, 아시아 수위로 저만치 앞서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카이스트의 ‘無 학과’ 프로젝트는 과기부 반려로 추진 못하고 있다. 남들은 '질주'하는데 우리 대학은 '모로 가는 게걸음' 을 하고 있다. 그 원인과 개선 방안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이란 신념이 있어야 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부족하여 대학․ 국가․ 개인 모두 각자 도생에 바쁜 현재의 상황을 앞도 보고 옆도 보면서 미래에 대비하는 교육으로 바꿔야 하며100세 시대와 아울러 평생에 4∼5번씩 직업을 옮겨다녀야할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배우는 법(how to learn)'을 가르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월8일 취임한 서울대 오세정 총장의 “압축 성장 시대에 적절했던 교육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다양성 속에 꽃피는 독창성과 사유의 힘이 필요하며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해 그 잠재력을 꽃피우겠다.”는 취임사는 대학 교육의 문제점 인식과 개혁 포부에 대하여 다짐한 것으로 기대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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