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도입안 발표…시·도지사에 본부장 등 임명권
국가·자치경찰 이원화…인력은 국가경찰 전환 충당
세종경찰청 출범 맞춰 ‘세종형 자치경찰제’ 본격화

●자치경찰제 도입 당·정·청 협의안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세종 등 전국 5개 시·도에서 올해 자치경찰제가 시험 시행되고, 2021년 전국으로 확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4일 자치경찰제 도입안을 확정 발표했다.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의 국가안전·치안 등 생활·민생 업무와 일부 수사 기능을 지역경찰 조직으로 넘기는 것이 핵심이다.

당·정·청 이날 발표한 자치경찰제 도입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 밀착형 민생 치안 활동을 수행한다. 아울러 공무집행 방해 수사권, 현장 초동 조치권을 갖고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일부 치안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와 함께 교통사고 조사의 상당부분을 수행한다.

자치경찰본부장·자치경찰대장 등 자치경찰 임명권은 광역단체장에게 부여되고, 운영·관리는 별도 설치되는 시·도 경찰위원회에서 관리한다. 기존 지방경찰청이 경찰청 지휘 감독을 받던 것과 달리 독립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치경찰 인력은 신규 증원 없이 총 4만3000명을 국가경찰에서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자치경찰제를 서울, 세종, 제주에서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나머지 2곳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해 기존 경찰법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시범 운영에 나서는 세종의 경우 세종경찰청이 국가경찰, 세종시자치경찰본부가 자치경찰의 상위 조직으로 자리하게 된다.

자치경찰본부장은 세종시경찰위원회의 2배수 추천을 받아 세종시장이 임명한다. 초대 자치경찰본부장에는 세종경찰청장과 같은 경무관급이 유력한데, 현직 경찰관 대신 제주도와 같은 개방형 인사의 가능성도 크다. 경찰위원회 위원 5명은 시장 1명, 여·야 시의원 각 1명, 지방법원 1명, 국가경찰위원회 소속 1명 등으로 구성된다.

자치경찰 예산은 2022년까지 일단 국비로 지원하고, 인력은 국가경찰 전환방식으로 충당한다. 직위 역시 일단 국가직으로 둔 뒤 단계적으로 지방직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는 2006년부터 자치경찰제를 시행 중인 제주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시와 검찰이 주장하는 지방검찰청 이하 경찰조직을 지자체와 완전 일원화하는 것보다는 낮은 단계다.

세종자치경찰제 출범을 위한 실무추진단이 공식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다음달 세종경찰청 개청을 기점으로 세종형 자치경찰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는 최근 경찰청장에게 자치경찰제 운영에 시장의 영향력 강화 방안을 건의하는 등 적극 대처하고 있다.

다른 충청권 지자체도 청사 문제(국가경찰·자치경찰 기존 청사 공동사용)와 현행 지방청 소속 인원의 국가·자치경찰 배분 문제 등과 관련해 시범 시행 지자체를 모니터링하는 등 자치경찰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지역 특성과 주민요구를 반영한 주민친화적이고 탄력적인 치안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폐쇄회로(CC)TV 등 다른 행정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범죄예방과 범죄예방 환경개선도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전면적인 자치경찰제 도입을 수사권 조정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던 검찰은 당·정·청 발표에 대해 “실효적인 자치경찰제가 아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를 일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올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검찰의 수사권 이양으로 경찰력만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업무 떠넘기기’가 만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정·청은 112 종합상황실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합동근무체계를 갖추고 긴급한 현장 대응은 상호 협조를 통해 신속히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누구 업무인지 따지다가 판단이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도근·세종 신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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