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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체육계의 폭력 및 성폭력
풍향계/ 체육계의 폭력 및 성폭력
  • 동양일보
  • 승인 2019.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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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 한국은 각종 폭력의 만연으로 폭력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체육계에서도 예외 없이 폭력 및 성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대물림되고 있다.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대들보인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고2때인 17세부터 4년간 성추행과 성폭력을 당했단다. 전 유도선수 신유용(24)도 유도부 코치에게 고교 1학년(당시 17세)이던 2011년 여름부터 졸업 후인 2015년 까지 20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단다. 중학교 여성핸드볼 선수 A양은 “감독선생님이 불러서 갔더니 ‘수비는 이렇게 하라’면서 민감한 부위를 만지는 추행을 당했단다”. 초·중·고·대학 소속 학생선수들(소위 엘리트 체육)이 성폭력에 노출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체육학계의 고백이다. 그런가하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8년 실시한 학생선수 인권 실태조사 결과, 중·고교학생 1139명 중 63.8%가 “성폭력 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이 58.5%로 가장 많고, 강제추행이 25.4%, 허락 없이 몸을 만짐이 19.6%, 무릎에 앉히거나 허락 없이 몸에 기댐이 18.6%, 뺨에 뽀뽀 해달라거나 강제키스 시도가 11%, 성관계 요구가 1.5% 등으로 나타났단다. 폭행도 일상적이었다. 응답 대상 중 78.8%가 훈련 태도를 이유로 맞거나 욕을 듣거나 기합을 받은 적이 있단다. 체육계의 내부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폭력 및 성폭력 등이 표면에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란다. 어린 선수들은 성폭행 및 성폭력을 당하고도 침묵을 강요하는 구조(침묵의 카르텔) 탓에 사실을 겉으로 들러낼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의 모 교수는 감독 및 코치와 선수사이에는 성직자와 교인관계처럼 ‘그루밍 성폭력(신뢰관계를 쌓아 심리를 지배한 뒤 가하는 성폭력)이 발생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폭력에 의하여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청춘이 멍들고 스러지고 있다. 그러나 선수와 감독·코치 간에 비정상적인 사제관계 속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단다. 체육계 특유의 폐쇄성도 피해자를 침묵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된단다. 코치들은 대부분 학교 선·후배로 엮여 있는데다 선수가 특정지도자의 품행을 문제 삼으면 선수생활을 접을 각오를 해야(1.6%만 신고) 한다. ‘설령 지도자의 잘못이 인정되어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몇 달이 되면 돌아올 것’ 이라는 인식이 피해자를 더욱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10월 김은희 테니스 코치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자신을 성폭행(배가 아프고 출혈)한 테니스 코치를 고발하여 징역 10년을 이끌어 낸 뒤 잠잠하다가 심선수의 폭로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엘리트 체육계의 성폭행 및 성폭력의 폭로는 참으로 용기 있는 행동이다.

체육계에 성폭행 및 성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더 이상의 비인격적, 비인권적 폭력행위가 발생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체육계의 자정노력이 요구된다. 체육의 모든 활동이 체육의 본질 및 존재가치에 맞게 이루어지게 하여야 한다. 체육의 본질은 무엇인가.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있다’는 진리를 기조로 신체적 단련 및 연찬 등을 통하여 도덕적, 인격적인 사회를 구축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엘리트 체육은 지·덕·체의 진수, 건각(健脚)이 빚어낼 수 있는 예술의 극치를 창조하는 가능성의 존재로서의 인간의 체력 및 기능의 경쟁이 아닌가. 이 중에서 ‘체’는 교육의 3대 요소인 지·덕·체 중 으뜸요소이고 진·선·미 중 미 등의 최고향연이 아닌가. 그런데 체력의 예술적 활동에 가장 비인격적이고 형이하학적인 폭행과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니 말이 되는가. 이는 체육에 대한 모독이고 도전이 아닌가. 차제에 체육계의 체육 정책 및 엘리트 체육 등의 종합적인 검토 및 개선 등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승리위주의 스포츠를 신체예술 작품으로서의 스포츠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고 선수 양성에 있어서 성적(금메달)지상주의 및 캐슬(성:城) 구조에서 탈피하며 스파르타식의 훈련 대신 선진국형의 주 2회 정도의 방과 후 집중 훈련 및 기술 익힘(독일의 스포츠 클럽) 등의 방법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체육계의 고질적인 인권유린적 병폐를 근절키 위하여 스포츠 혁신위원회를 구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니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조령모개적, 임시응변적 처방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체육계에 인권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어디까지나 체육은 정직과 인격의 산실, 신체의 예술적 창조, 땀과 노력의 결정체로서의 순수한 육체 활동이어야 한다. 폭행과 폭력 등은 체육의 적이다. 결코 용납되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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