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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수축사회(收縮社會)와 정부의 역할
동양칼럼/ 수축사회(收縮社會)와 정부의 역할
  • 동양일보
  • 승인 2019.02.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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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전 금강유역환경청장
이경용 전 금강유역환경청장

(동양일보) 지난 1월 한국리서치와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발표한 ‘2018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90%)이 ‘우리 사회의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52.4%가 ‘문재인 정부 내에서 갈등이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소홀하였던 중·저소득층까지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도록 하여 모두가 함께 잘 사는 포용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현 정부로써는 곤혹스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작년 한 해 동안 노사, 빈부, 이념, 세대, 지역, 젠더 등 여러 분야에서 갈등이 분출하였지만, 그 중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을 놓고 가장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진작하고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책의 수혜집단이었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자리가 사리지는 현실을 목도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최근 ‘증권계의 미래학자’로 불리는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이 내놓은 『수축사회』에서 그 단초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의 경제성장 엔진이 멈추었다고 한다. 르네상스 이후 거의 500년간 지속해 온 팽창사회가 끝나고, 조만간 세계가 본격적인 수축 국면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에서는 현실이 다소 어렵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삶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나, 파이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수축사회에서는 국가까리, 또는 공동체 구성원끼리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난 20년 동안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보면 ‘5년 1퍼센트 하락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한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경제성장률이 1년에 0.2%씩 하락해, 5년 단위로 각 정권마다 정확히 1%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정권이 다섯 번 바뀌면서 경제성장률이 5% 하락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 끔찍한 법칙이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한국은행 등 국내 주요 금용기관들이 전망한 2019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실질 GDP)이 2.5∼2.7%로 2018년 경제성장률(2.7%)보다 높게 예측한 기관이 없다고 하니 걱정스럽기는 하다.



우리 사회가 수축사회로 진입하게 된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공급과잉, 여기에 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와 양극화가 겹치면서 더는 성장 자체가 어렵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그는 수축사회는 역사적 필연이므로 수축사회에서 벗어나게 할 묘책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향후 5년이 우리나라가 수축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선 우리 사회가 더 이상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가 아니라 수축사회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을 주문하다. 팽창사회의 허상에 사로 잡혀 임기응변식으로 처방하기보다 수축사회의 프레임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대처하기를 희망한다. 수축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만이 수축사회 진입 속도를 늦추고,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한다.



팽창사회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훨씬 용이하였다. 하나를 양보하면 반대로 얻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파이가 커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러나 수축사회에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어느 한 쪽의 이득은 다른 한 쪽의 손해를 의미한다. 이러한 제로섬 개임이 벌어지는 수축사회에서 정부의 어설픈 개입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수축사회의 원리가 적용되는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은 생색이 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의 펀다멘탈을 튼튼하게 하는데 머물러야 한다. 막힌 곳을 뚫어주고 뒤얽힌 실타래를 풀어서 공정경쟁의 장을 만들어주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오히려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기대되는 분야는 아직도 팽창 여력이 있는 분야이다. 아무리 수축사회라 하더라고 인공지능,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성장하는 산업도 있다. 이들 산업을 육성하여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는데 정부가 매진해야 한다. 팽창사회와 수축사회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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