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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2월 21일은 제2의 한글날
풍향계/ 2월 21일은 제2의 한글날
  • 동양일보
  • 승인 2019.02.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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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황 논설위원 / 시인
나기황 논설위원 시인

(동양일보) 오늘이 ‘국제모국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이다. UN의 유네스코에서 매년 2월 21일을 ‘국제 모국어의 날’로 정했다.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 다언어(多言語)의 사용, 그리고 각각의 모국어를 존중하자는 뜻’에서다. 1999년 11월 17일에 지정했으니 햇수로는 20년이 됐지만 조금은 생소한 국제기념일이다. 국제기념일로까지 지정된 연유에는 ‘모국어’에 대해 새겨봐야 할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일 것이다.

우선 ‘모어(母語-Mother Language)’란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어(母語)란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습득하여 익힌 언어를 말한다. ‘탯말’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엄마의 탯줄을 통하여 아기가 엄마의 고유한 소리를 들을 수 있듯이, 그 민족의 고유한 풍속이나 문화가 모국어(母國語)라는 언어의 ‘탯줄’에 연결되어 인간의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철학자이자 교수인 Leslie Green 학자는 1987년 본인의 논문에서 ‘언어가 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임을 학문적으로 정립시켰으며, 훗날 유네스코에서 ‘국제모국어의 날’을 제정하는데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67년 전 오늘, 1952년 2월 21일, 파키스탄(현재 방글라데시)의 다카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위대의 요구조건은 단 하나 ‘벵골어를 공용어로 인정’ 해달라는 것이었다. 1947년 파키스탄이 영국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에서 방글라데시는 ‘동파키스탄’이란 이름으로 묶여 파키스탄에 속하게 됐고, ‘우르두어’를 사용하던 파키스탄이 쉬운 통치방법의 일환으로 벵골 족을 탄압하고 그들의 모국어인 벵골어 사용을 금지시켰다. 해서 동파키스탄은 벵골어를 찾기 위한 투쟁을 벌이게 됐고, 이를 계기로 1971년 3월 26일 독립전쟁을 시작, 결국 ‘방글라데시’로 분리 독립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방글라데시는 벵골어를 뜻하는 ‘방글라’와 나라를 뜻하는 ‘데시’가 합쳐진 국명(國名)에서 알 수 있듯이 방글라데시 사람들에게 ‘모국어’의 의미는 아주 특별하다.

언어를 위해 독립운동을 시작했고, 언어를 위한 독립전쟁에서 승리했고, 그 독립정신의 시발점이 된 2월 21일이 방글라데시 국민들에게는 ‘언어수호의 날’로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날이 됐다. 유네스코에서도 ‘국제모국어의 날’을 정하는데 이 날의 상징성을 부여했고, 2008년 유엔총회에서 정식 기념일로 인정했다.

‘한 언어가 사라지면 한 민족이 사라진다.’는 명제는 21세기 현시대에도 유효하다.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는 7102개이다. 그 중 1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4%에 불과하고, 100명 미만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언어도 896개나 된다고 한다. 언어는 있되 문자가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국어는 전 세계 언어 중에서 13번째로 독일어, 프랑스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언어가 국가의 위상과 비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1930년대 일제강점기 말 위기를 겪었다. 일제는 한국의 문화와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어 사용금지, 학교에서 일본어로 수업하기, 창씨개명 등을 실시했다. 8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빠이 돌려, 나가리 됐어‘처럼 아직도 생활 곳곳에서 부지불식간에 사용되는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 있는걸 보면, 게다가 어느 땐 감칠맛(?)까지 나는 걸 보면 한 번 오염된 언어의 폐해가 얼마나 질기고 깊숙이 박혀 있는 지 알 수 있다.

한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모국어의 보호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일본어만 문제가 아니다. 무분별한 외국어 남용에 욕인지 칭찬인지도 모를 축어, 비어가 SNS나 매스컴을 가리지 않고 판을 치고 있다. 아쉽게도 ‘모국어’를 지키고 발전시키자는 범국민적 움직임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올해가 3.1운동 기념 100주년이며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다. ‘국제모국어의 날’을 제2의 ‘한글날‘로-충남대 류병래 교수가 쓴 한 기고문의 제목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민족혼을 기리는 3.1운동 100주년에 어울리는 기념사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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