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사투리 사전 '청풍명월 사투리 만세'

김동원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제천의 한 시인이 고향 사투리를 조사해 ‘사투리 사전’을 펴냈다. 김동원(69·사진·제천시 신백동) 시인이 펴낸 제천 사투리 사전 <청풍명월 사투리 만세>다. 잊혀가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20년 가까이 고서(古書)를 뒤지고 발품을 팔아가면서 사례를 모아 책을 만들었다.

사투리를 활용한 시를 쓰던 그는 어느 날 10살 밑의 동생이 시에 쓰인 말들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김 시인은 “어렸을 때 함께 듣고 자랐던 제천 사투리인데도 동생은 기억을 못했다”며 “이렇게 가다간 언젠가는 고향 말이 모두 사라지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투리 시’를 통해 제천말을 지키던 그는 어느 날 한계를 체감했다. 사투리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투리 예문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 발간으로 이어졌다. 일부 문인들은 사투리만을 고집하는 그를 책망하기도 했다. 예산도 없어 제천시에 4번이나 요청한 끝에 지원금을 받아 책을 낼 수 있었다.

김 시인은 “사투리를 쓰면 가방끈이 짧아 보이고 촌놈 같다고 하지만 20년을 꾸준히 찾아다녔다”며 “시골 노인정부터 사투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갔다”고 말한다.

이렇게 20년 동안 발품을 팔아 모은 단어는 모두 4500여개. 그 중 1047개 단어를 골라 예문과 함께 이번 책에 실었다. ‘불비댕이(부삽)’, ‘띠개비(띠)’, ‘미리치(멸치)’, ‘마중가다(바래려가다)’ 등 제천 지역 고유 방언이 빼곡하다.

“불비댕이럴 부삽이라고들 허는데 쇠꿉이 귀할 때 나무를 파 불담을 때 쓰던 불 도구여 시방쓰는 삽이 아녀(불비댕이를 부삽이라고 덜 하는데 쇠붙이가 귀할 때 나무로 파 불 담을 때 사용하던 불 도구야 지금 쓰는 쇠 삽이 아니야”처럼 예문을 달았다.

사투리를 발굴했어도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예문을 달아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어 고생을 했다고 한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귀동냥을 해야 했고, 정확한 기록을 위해 항상 녹음기와 수첩을 들고 다녔다. 미처 수첩을 챙기지 못했을 때는 휴지에다가도 적었고, 달력을 찢어 쓰기도 했다. 맞춤법 부분에서는 박경래 세명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3년만에 책을 완성했다.

김 시인은 “그동안 모은 단어가 4500여개인데 예산이 확보되면 모든 단어에 예문을 달아 책으로 발간하고 싶다”며 “더 많은 토속 말을 발굴하고 정리해 지금보다 더 나은 책이 되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제천 금성면 사곡리 출신인 김 시인은 제천농고를 졸업하고 제천축산업협동조합에서 근무했다. 1995년 월간 문학공간을 통해 등단했으며 불교문학회 충청지부장, 제천사투리보존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시집 <오지항아리>, <추억의 강>, <빈자의 노래>, <내안에 피고 지는 풀꽃의 노래>, 시선집 <느티낭구 사랑앓이> 등이 있다. 역락, 405쪽, 3만2000원.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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