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언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 시민이 공무원 하면 떠올리는 단어들은 부패, 철밥통, 연금, 불친절, 무사안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다. 공무원 관련 뉴스에 댓글들만 보더라도 공무원들은 일도 안하고 불친절하며, 국민들 혈세로 놀고먹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억울하게도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격무와 민원응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체 왜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많을까?

우선 공무원 생활 12년 차인 나부터 그동안 나의 행동이 어땠나 돌이켜 봤다. 매일 반복되는 민원 업무에 친절을 다짐해 보지만 민원인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대기 번호수가 올라갈수록 마음은 조급해진다. 그렇게 쫓기듯이 업무 처리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리고, 민원대 앞을 서성이던 민원인이 불쑥 나타나 질문을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다.

이 상황을 상대방인 민원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업무 처리를 위해 구청을 방문했는데, 어느 과 어느 담당자에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右往左往) 하고 있다가 용기를 내 창구 직원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이 직원은 쌀쌀맞은 말투로 대답한다.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다. 물론 바쁜 건 알겠지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싶을 것이다. 민원인에게 ‘공무원=불친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됐다.

전화 응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눈앞에 민원인이 서 있고 업무처리를 빨리해야 하는데 사소한 것들까지 물어보는 전화에 급하게 답하고 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알 리 없는 민원인 입장에서는 그저 황당하고 기분 나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도 은행이나 다른 공공기관에 가면 생소한 용어와 업무에 이것저것 묻곤 했는데 직원의 냉랭한 말투나 예의 없는 행동에 마음이 상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 보면 나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불친절한 태도로 인해 업무처리마저 미숙하게 느껴지고 이러한 부정적인 인상들이 결국 공무원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공무원 개인의 작은 행동하나 말투 하나가 모여 결국 공무원 전체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공직도 생계를 위한 하나의 직업이지만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사명감과 친절함을 갖춰야 하는 곳이다. 이처럼 공무원은 결코 갑의 존재가 아닌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심부름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업무가 바빠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나 간혹 고성을 지르며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민원을 접하더라고 겸손하게 경청하고, 민원인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어떻게든 해결해 주려는 자세로 친절히 응대한다면 공직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신뢰, 청렴, 친절 등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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