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영동교육청 장학사

김은주 영동교육지원청 장학사

(동양일보) 2월은 새해를 맞이하는 시작의 의미도 있지만 졸업을 통해 끝을 맺는다는 느낌도 강한 달이다. 특히 학교에서 2월은 졸업식을 통해 학생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새로운 신입생을 맞이하기 위해 매우 분주한 시기이다. 이런 극과 극의 성격이 공존하는 2월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의 의미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아마 12년 동안 고3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과 아쉬운 이별을 했던 기억이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2월하면 졸업식, 졸업식 하면 이별, 아쉬움이 생각나고 한편으로는 해마다 비슷한 순서에 따라 진행되던 졸업식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최근 졸업식장에서 조금은 낯설지만 흐뭇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선 미소를 짓게 한 장면은 졸업식의 주인공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다’ 라는 인상을 준 것이다. 정든 교정을 떠날 선배들을 위해 학생회 후배들이 재치 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을 하고, 아쉬움으로만 남지 않게 선배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보여준 것, 본식 시작 전이나 진행 중간에 선배들을 위해 축하공연을 한 것이다. 또한 후배들이 조금 실수해도 귀엽게 보아주는 선배들의 모습, 꽃을 한명씩 나눠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들의 모습 모두 아름다웠다. 이렇게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 것은 수업에서 학생과 교사의 활발한 상호작용,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교 자치문화,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모습은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는 소수의 아이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친 모든 학생들을 위한 축하의 자리라는 이미지를 준 것이다. 예전에는 수도권으로 진학한 학생들이 어려 번 단상에 올라 조금 불편한 시선이 있었다. 물론 졸업식에서 교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에게 그들의 노력을 칭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학교생활 동안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추억을 쌓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 학생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의미를 주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졸업식에서는 한명씩 교장선생님께서 졸업장을 주시고 화면에 그 학생이 받는 상장뿐 아니라 자신의 좌우명, 하고 싶은 일, 가족, 친구, 선생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을 보여준 것이다. 한명씩 악수하고 나눠주는 졸업장 때문에 시간은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다른 순서를 줄임으로써, 학생들의 졸업과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 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것 또한 학생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 결과보다는 학교생활 속에서 다양한 것을 배우는 과정을 중시하는 학교문화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평소에 보지 못하거나 예상 못한 장면들을 보면 낯설게 느낀다. 어떤 낯설음은 불편하게 다가오고 반감을 사지만, 어떤 낯설음은 신선함과 함께 좋은 변화의 시작을 알려주기도 한다. 최근 졸업식 장면은 예전의 졸업식을 추억해 보면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학생이 주체가 되고, 결과보다는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학교문화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조금은 낯설지만 미소가 지어지는 졸업식을 보며, 학생들 모두 존중받는 한 사람으로서 새롭고 힘찬 출발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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