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청주시 산하 여과 없이 비치돼 있어

청주청원도서관에 비치된 '보라빛 호수' 는 5.18과 관련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충북 중앙도서관이 비치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

(동양일보 곽근만 기자) 충북도교육청과 청주시 산하 도서관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5.18 왜곡 주장이 실린 도서가 비치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5.18 왜곡에 대한 심각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이런 내용을 담은 서적들이 도서관에 비치돼 있는 사실조차 몰라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충북중앙도서관에는 5.18 민주화 운동을 사기극으로 단정한 도서가 상당수 비치돼 있다.

최근 논란이 된 극우 인사들의 책과 함께 5.18 왜곡 논란의 핵심 내용인 ‘북한의 국가 전복기도 사건’ 이라고 쓴 책들도 있다.

대다수가 이른바 5.18 민주화 사건의 ‘북한군 개입설’을 단정적으로 주장한 책들이다.

책에서 북한 개입설의 근거로 다룬 내용은 익명의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전해 들었다는 일방적 주장이 전부이다.

이들 책 중 한 극우 성향 단체가 2009년 낸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 의 경우 5.18 왜곡을 재생산하는 근거로 쓰인 책이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김희송(5‧18 연구소) 전남대 교수는 “5.18에 대한 다른 시각들도 수용해야 하지만 이 책은 거짓과 왜곡으로 일관하고 있다” 며 “실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5‧18) 바이블처럼 이용되고 있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학생 교육을 위한 도서관 운영 규정상 역사 왜곡 자료는 구입과정에서 걸러져야 하지만 이러한 책들은 거의 모두 기증된 도서들로 심의 과정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며 즉각 열람제한 조치하고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도 이번에 이런 책들이 있는 것을 알게됐다” 며 “조사를 통해 열람을 제한하고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도서들이 청주시 산하 도서관들에도 상당수 비치돼 있다는데 있다.

확인 결과 극우 인사들의 주장을 담은 많은 책들이 청주시립도서관을 비롯한 시 산하 도서관에 아무런 제한없이 버젓이 비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청원도서관에 비치된 한 책의 경우에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극우인사 지만원씨 주장의 근거가 된 특수부대 개입설을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이러한 책들이 전국 도서관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며 “역사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최근 5.18 망언 파문과 관련해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학생들에 대한 역사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곽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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