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E·Foal Eagle)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올해부터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다만 키리졸브 연습은 한글 이름으로 바뀌어 대폭 축소된 채 4일부터 7일간 실시되고, 독수리훈련은 명칭이 아예 없어진 상태로 연중 소규모 부대 위주로 이뤄진다고 한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그해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유예를 선언한 한미가 군사훈련 중단 대상을 KR와 FE로 대폭 확대했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KR은 한미 연합군사령부가 연합사 '작전계획 5027' 등을 적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워게임(War Games)을 말한다.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북한의 도발로 전쟁이 발생할 때 이를 수행하는 절차에 중점을 둬 실시되는 연합전구급 지휘소연습(CPX)이다

한측에서는 국방부와 합참,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국방부직할·합동부대가, 미측에서는 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태평양사령부 등이 각각 참가한다.

또 명칭이 사라지는 FE은 1961년 소규모 후방지역 방어훈련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독수리'란 한글 명칭으로 시행됐다.

국방부 설명대로 이번 선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 실패 이후 북미대화를 이어가게 하려는 한미 양국의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는 조치로 평가하고 싶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의기소침해 있는 북한에 비핵화 대화 재개를 바라는 두 나라가 '성의'를 표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합의에 실패한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북한을 향해 우호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미 양측이 하노이 회담 이후 서로를 비난하거나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가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로 이어지길 바란다.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북한의 자제도 눈에 띈다. 하노이 회담 종료 직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새벽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측의 발표내용을 반박하면서도 대미 비난은 최대한 삼갔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한미 군사훈련 중단 선언에 북한이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 조치로 화답하길 바란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핵심 당사자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선언의 한 주체로서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가 이뤄지도록 중재자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선언이 3자의 공동 목표 달성에 유의미한 촉매제로 작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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