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충북도교육청 감사관실 주무관

이준기 충북도교육청 감사관실 주무관
이준기 충북도교육청 감사관실 주무관

 

(동양일보)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회 전반에 깔린 ‘불안’이라는 괴물을 피하기 위해 경쟁의 쳇바퀴는 돌아가고 있다. 언론매체의 발달과 개인주의의 심화는 조금 더 안정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득권층과 비 기득권층과의 갈등으로 나타났고, 그 갈등은 <갑질>이라는 괴물(怪物)로 우리 앞에 다가선 것 같다.

그렇다면, <갑질>이란 무엇일까? <갑>이란, 동양의 육십갑자 천간 중에서 갑(甲)으로 등장한다. 지위의 높고 낮음이 아닌, 단순히 순서를 의미하는 것이다. <질>이란, ‘신체 부위를 이용한 어떤 행위’, ‘직업이나 직책의 비하’ 라는 뜻의 접미사이다. 결국, <갑질>이란, 순서를 정하는 것에서 폭언과 폭행을 저지르는 사람의 직업이나 직책을 비하하는 의미로 변화된 것이다. <도둑질>, <삿대질>, <아가리질>이란 표현을 보아도 도덕・사회적으로 금기된 의미라는 것과, 상대방의 행위에 대하여 비하하는 의미가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정의한 <갑질> 개념에는,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상대방(乙)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甲)이 권한을 남용하여 을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말하며, 위법 또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 행위, 적법 또는 재량권 내의 행위라도 인격적 모멸감을 유발하는 경우에도 <갑질>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대표적인 갑질 사례로는 2014년, 대기업 부회장인 A씨가 대한항공 1등석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가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사무장을 무릎 꿇린 후 폭언과 폭행을 하고, 활주로로 이동 중인 항공기를 임의로 되돌린 사건이었다.

2018년에는 국내 IT업체 회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무차별적 폭언과 폭행을 가했고, 직원들에게 휘황찬란한 염색을 하게하고, 살아있는 닭을 향해 활을 쏘며, 일본도를 휘두르는 모습은 보는 이를 당황하게 만든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같은 해 경상도 지역 B의원이 해외연수 중 현지가이드를 폭행하여 국제적인 망신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는데, B의원은 연일 TV에 오르내리다가 군민의 압력으로 군 의회에서 제명처리 되었다. 그런데 폭행을 당한 한인 가이드가 군 의회를 상대로 500만 달러(약 56억원)의 고액 소송을 진행한다고 하니, 재판 결과가 기대된다.

충청북도교육청에서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갑질문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인지하고, 교육분야에서 발생하는 갑질이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저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교육기관 내 갑질 근절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갑질 예방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수평적 상호존중 문화를 형성하도록 하며, 고압적인 업무처리 자세를 개선하여 직장 내 갑질문화를 근절하겠다고 한다.

또한, 갑질 행위자의 상급자가 갑질을 은폐하거나 피해자 보호를 소홀히 한 경우 등에는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할 예정이며, 하급자 대상 갑질로 중징계 요구된 된 경우, 직위해제 등을 통해 해당 관리자를 보직에서 일정기관 배제하고, 교원이 갑질 행위를 저지른 경우, 징계에 이르지 않는 ‘주의’ 또는 ‘경고’처분을 받더라도 비정기 전보를 실시한다고 한다.

현재의 한국사회를 김찬호 교수는 <모욕사회>라고 규정하였다. 아울러 <모욕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욕 감수성’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자신과 타인의 결점에 너그럽고, 서로를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갑질>이라는 한국사회의 괴물(怪物)은 사회구성원들 간에 신뢰와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퇴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퇴근길,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직원에게 그동안, <갑질>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혹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면, 사과의 말을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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