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시대가 열렸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날짜가 북미정상회담과 겹쳐 내부 진통 속에 치러졌지만 예상대로 황교안 후보로 결말났다. 입당 43일 만에 당권을 장악한 깜짝 이벤트였다.

황 대표의 취임 일성은 ‘통합’ 그리고 ‘투쟁’이다.

우선 당부터 통합하고 나아가 넓은 통합까지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 폭정을 막아내라는 요구에 대안 정당으로서의 투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대표는 무거운 짐을 이고 출발했다. 강경보수에 손 내밀어 당심을 산 황교안은 승리했고 민심을 얻은 중도보수 오세훈은 패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일한 면회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전한 ‘옥중 박심(朴心)’ 논란도 있었다. 황교안은 박 전 대통령의 면회 거절 대상이고 수인번호도 모른다며 작심 발언을 했다. 자타공인 친박인 황교안에겐 치명타가 되는 듯 했다. ‘박근혜가 황교안을 버렸다’는 메시지였다. 유승민(바른미래당)에게 했던 것처럼 황교안에게 ‘배신자 낙인’을 찍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경선 판을 뒤흔들려는 박근혜 옥중정치는 먹혀들지 않았다. 박근혜로부터는 ‘팽’ 당했지만 친박계의 지지를 받아 당권을 거머쥐었고 당직 인선에서도 친박계를 전면에 배치했다.

황 대표는 절묘하게도 50%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를 선택한 절반과 그렇지 않은 절반이 있다. 따라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관심이다.여기서 그가 말한 넓은 통합이 무엇이냐는 물음이 나온다. 민심은 중도통합과 혁신을 바라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은 왼편의 바른미래당과 오른편의 태극기 부대까지 껴안아 제대로 된 전선을 구축해 민주당과 붙어보자는 심산이다.

황 대표의 첫 시험대는 전당대회로 유보된 김순례 최고위원과 김진태 의원의 징계처리다. 김 최고위원은 5.18 망언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 3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김 의원 역시 당 대표는 되지 못했지만 뒤에는 태극기 부대가 버티고 있다.

황 대표도 전대 과정에서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고 태블릿 PC 조작 발언을 통해 태극기 세력에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이들에게 칼날을 들이대기가 쉽지 않은 게 황 대표의 고민이다, 정치 초년병인 그가 하루 아침에 친박 영향력에서 벗어 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그렇다고 전당대회 후 징계 처리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황 대표가 살고 한국당이 살려면 수권정당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사사건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더 이상 실망을 줘서는 안된다. 제대로 정치를 해 여당이 앉아서 득 보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거다.

황 대표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대에서 다른 의원들의 신세를 크게 안 지고 본인 능력으로 승리했다고 보기 때문에 신세를 갚을 게 없다. 이것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 등 혁신을 밀어붙일 수 있는 디딤돌이다.

황 대표는 ‘초보 정치인’ 때를 빨리 벗겨내야 한다. 여권을 비판하면서 말끝마다 좌파, 좌파 하면서 색깔론을 들먹이는 것도 식상하다. 전당대회에서 난무했던 색깔론 부각에 골몰할 게 아니라 승자로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성숙한 정치인이 돼 달라는 거다.

상견례 자리에서는 덕담을 주고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황 대표는 노회찬 의원 사망 사건이 채 아물지 않은 정의당을 찾아가서는 이정미 대표에게 드루킹을 꺼내 들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는 5.18 망언 3인방 징계를 놓고 설전을 벌여 초짜 정치인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쯤 해서 황 대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우택(청주상당) 의원의 ‘막후정치’에 이목이 쏠린다. 정치 고수를 떠나 개인적으로 둘은 형님, 동생하는 사이다. 전대 과정에서 잠시 삐걱거린 일도 있었지만 경기고·성균관대 4년 선·후배인 둘 관계는 멘토(정우택)와 멘티(황교안)로써 떼려야 뗄 수 없는 고리로 연결돼 있다.

황 대표는 당장은 당을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변화시키고 길게는 내년 총선 승리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황 대표에겐 그래서 노련한 정치 스승이 곁에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사람이 바로 정 의원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황 대표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도록 하기 위해서 정 의원의 훈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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