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백 충북선관위 청주시서원구위원회 지도주무관

(동양일보) ‘한국의 민주주의지수 세계 21위, 아시아 1위,’ 영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지난 달 인터넷을 통해 접한 기분 좋은 소식이다. 1952년 영국언론사인 런던타임스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열망하는 것과 같다”고 한 비웃음 섞인 기사를 생각하면 기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쓰레기통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기적의 원동력이라면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선거문화의 발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1950년대의 선거는 ‘고무신 선거’라는 별칭이 생길 만큼 후보자는 금품을 뿌리고 선거인은 금품을 기대하는 잘못된 문화가 형성된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들에게 더 이상 이런 선거를 용납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생기면서 우리나라 선거는 전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지수 평가항목에서도 우리나라는 선거절차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금품선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거가 있다. 바로 조합장선거다. 금품선거를 근절하기 위해 2005년부터 조합장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관리하게 되었다. 2015년 3월에는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선거관리를 위해 같은 날 전국의 조합장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졌고, 올해는 두 번째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선거를 관리하면서 예전에 비해 훨씬 깨끗하고 공정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금품선거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조합장선거 관련 위법행위 신고 포상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합장선거의 위법행위를 제보하면 최대 3억 원의 신고포상금을 제공한다. 이전의 1억원에서 3배를 상향한 것으로 그야말로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금품선거의 뿌리를 뽑겠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신고 포상금의 금액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금품선거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다. 공직선거에 비해 선거인수가 적은 조합장선거는 몇 표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금품선거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금품선거의 특성상 은밀하게 주고받아서 조합원들의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의 의식개선으로 공직선거에서 금품선거가 사라져 가고 있듯이 조합장선거에서도 조합원과 일반시민들의 공익제보와 준법선거의식이 필요하다.

돈이 오가는 선거로 뽑힌 조합장에게 제대로 된 정책을 바라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서 고기를 찾는 격일 것이다. 조합을 잘 이끌어나갈 조합장을 뽑기 위해서는 금품이 아닌 구체적인 공약과 능력으로 치러지는 깨끗한 조합장선거가 필요하고, 조합원의 적극적인 신고가 그 디딤돌이 될 것이다.

선거법 위반행위를 발견하면 언제나 국번없이 1390으로 신고하자. 이를 통해 조합의 가치와 민주주의지수를 높인다는 자부심을 느껴보자. 그리고 이러한 시민의식의 확산으로 민주주의지수 아시아 1위 국가에 걸맞는 깨끗한 조합장선거가 되길 희망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