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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3월답지 않은 3월
풍향계/ 3월답지 않은 3월
  • 동양일보
  • 승인 2019.03.06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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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황 논설위원 / 시인
나기황 논설위원 / 시인

(동양일보) “내일 3.5(화) 미세먼지 저감조치 발령/대중교통이용, 공공기관 차량2부제(홀수차량운행)에 동참바랍니다.” “오늘11시 중부권역 초미세먼지 경보발령/실외활동 자제,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엊그제 충청북도청에서 보낸 ‘긴급안전문자’ 내용이다.

2017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제도‘가 도입된 이래 5일 이상 연속발령사례는 처음이라 한다. 평소엔 선명하게 보이던 구룡산 스카이라인이 미세먼지가 덧칠을 하는 바람에 회색안개 속에 묻혀 버렸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밤새 뿜어 낸 이산화탄소를 내보내야 할지, 그마저 꼭꼭 닫아걸고 뿌옇게 밀려오는 미세먼지의 공격을 차단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시행된 5일 아침,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모 군수가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700m씩이나) 걸어서 출근했다“는 ‘사진뉴스’가 올라올 정도니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지난 5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분석한 '에어비주얼'의 '2018 세계 대기질보고서'에 따르면 OECD 조사대상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초미세먼지(PM-2.5)수준이 2위로 칠레 다음이고, OECD 회원국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100대 도시에도 한국이 44곳이나 포함됐다.

경기 안성을 비롯해 원주, 전주, 평택, 인천 등이고 청풍명월의 고장 청주도 ‘맑은 바람의 도시’ 대신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곳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 올 3월은 시작부터가 무겁고 뻐근했다. 지난 달 27일,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뉴스가 묵직한 한 방이 돼서 돌아왔다. 근본대책 없는 비상저감조치로 ‘빅딜’흉내만 내다가 ‘경보발령’을 맞게 된 셈이다. 추후 협상에 대한 전망도 쉽게 걷힐 것 같지 않은 미세먼지처럼 갑갑하다. ‘완전비핵화조치’와 ‘제재완전해제’란 마스크를 하나 씩 나눠 쓰고 눈치싸움만 하다 승부를 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일어서게 된 것이다.

3월의 황사바람을 잠재우고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애국의 감정에 싹을 틔워 준 뉴스도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는 조국독립을 위해 항일운동을 한 국내외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등 독립유공자 333명을 발굴하여 포상했다.

특히 충북 진천 출생 포석 조명희 선생에 대한 건국훈장 애국장은 당연한 결과지만 반갑고 감격스럽다. 당시 소련KGB에 의해 희생된 조명희 선생의 순국사유가 ‘일본첩자’였다니 민족민중문학의 선구자며 항일투사로서 받는 훈장의 역사적배경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번 3.1운동 100주년을 계기로 적어도 우리는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인해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가려져서는 안 되겠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일제 강점기에서 살아남았다 해서 그들이 모두 친일이 아니고,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친일의 대가로 얻은 명예와 권력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역사가 지나친 과거로 회귀하여 이데올로기의 틀에 갇히거나, 눈앞의 이해관계에 급급해 역사적 가치가 훼손돼서도 안 된다.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의미는 박제처럼 정체돼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서로 작용하며 살아 숨 쉬는 역사로 재해석돼야 한다. 같은 저울로 다는 역사의 무게를 얼마나 성숙하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역사의 가치는 달라진다.

3월이 문을 열고 바깥 동정을 살피는 초순이다.

따스한 햇살이 온 대지를 감싸고 청량한 공기가 겨울먼지를 밀어내는 3월이다.

3월은 대지에서 새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는 부활의 달이다.

생명은 언제나 죽음과 맞닿아 있다. 비록 마스크 없이 길을 나서기가 두려워진 봄날이라 할지라도, 마음만큼은 사회 곳곳에 만연돼 있는 죽음의 미세먼지를 털어내고, 기꺼이 3월, 눈부신 생명에로의 초대에 가슴을 활짝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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