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원, 엑스(X)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도서관 옥상, 로비, 화단 등 유휴공간이 예술의 옷을 입었다.

청주시립미술관 분관 오창전시관에서 오는 31일까지 볼 수 있는 ‘레디컬 아트(Radical Art)’전은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 ‘아트 인 라이프(Art in Life)’의 연계 전시로 박기원·박정기·안시형 작가의 대표 작품을 선보인다.

오창호수도서관 내에 위치한 오창전시관은 실내전시장 뿐 아니라 테라스 형식의 옥외전시장으로 이뤄져 있다. 이번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는 유휴공간이었던 옥외전시장과 1층 실내 로비, 야외 화단을 활용해 각 장소의 특성에 걸맞게 제작된 세 작가의 작품을 설치했다.

전시의 키워드인 래디컬(Radical)은 '뿌리와 원천' 또는 '급진적'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공공미술에서 말하는 장소의 특정성과 '오창'이라는 도시에 뿌리를 두는 동시에, 그동안 현대미술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던 급진적인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의미를 뒀다는 뜻이다.

박기원 작가는 주어진 공간을 최소한의 형식으로 구현해내는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장 바닥과 벽면 전체를 에워싼 ‘엑스(x)’ 작업은 아무것도 없음을 상징하는 ‘X(0)’를 통해 균형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 같은 제로상태를 나타낸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뜨거운 물'은 공간에서 즉각적으로 감지되는 대기와 공간의 분위기를 표현한 것으로, 붉은 빛에 의해 용암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박정기 작가가 동양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붓걸이’와 독일 뮌스터 도시공간의 전시 공간 자체를 전시한 ‘미술관을 위한 미술관'은 공간에 대한 작가의 직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예술로 변화된 공간의 모습들을 소형 모델을 통해 보여준다.

안시형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오브제와 그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내러티브를 관람자에게 제시한다. ‘못’은 건축물 폐자재에 박혀있던 구부러진 못을 망치로 핀 작업으로, 본연의 성질이 사라지고 연약한 모습만 남은 오브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재구성된 이번 작업은 때로는 노동집약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며, 세상에 대한 연민과 자기성찰까지 느끼게 한다.

청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사각 프레임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움직이는 착시를 느끼거나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이 형성된다거나, 일상의 사물들이 새롭게 보인다거나 하는 등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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