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오는 13일 치러지는 전국조합장 동시선거가 각종 불법행위로 혼탁해지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조합원들에게 돈을 준 혐의로 구속되거나 검찰에 넘겨지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27일까지 조합장 선거 관련 불법행위 220건을 적발해 298명을 검거했다.

금품수수 사례가 202명으로 선거운동 방법 위반(62명), 흑색선전(27명) 등을 압도했다.

경찰청 발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까지 상황만 집계한 것이어서 후보들의 본격 선거운동 이후에는 금품 살포 등 혼탁 양상은 더욱 심해질 게 뻔하다.

이번 동시선거에서는 전국 1343곳에서 조합장을 뽑는다.

농축협조합이 1113곳으로 가장 많고, 산림조합과 수협조합이 각각 140곳, 90곳씩이다.

조합장 선거의 불법·혼탁 양상은 4년 전 첫 동시선거 때도 문제가 됐으나 이번에도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다.

경찰이 24시간 수사상황실을 설치해 집중단속에 나서고, 농림축산식품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금품수수 사례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에서 거의 사라진 금품수수가 조합장 선거에서 아직도 판을 치고 있다니 부끄러울 뿐이다.

조합장 선거의 과열·혼탁 양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조합장이 누리는 혜택과 지역사회에서의 영향력이다. 조합장이 되면 억대 연봉이 보장되고 마트 운영과 대출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조합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이를 선정하는 과정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또 조합장 자리를 지방의원이나 단체장 등 지역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디딤돌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다른 선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유권자가 적다 보니 지연, 학연, 혈연 등을 엮어 불법행위를 하고 싶은 유혹을 더 느끼기 쉽다.

또 동시선거에 적용되는 '공공단체 위탁 선거에 관한 법'의 문제도 거론된다. 신인 후보는 자신을 알릴 기회가 과도하게 제한되고 기존 조합장에게만 너무 유리하다다 보니 불법 선거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고 한다.

여러 문제를 떠나 '돈 선거' 등 불법·탈법 선거는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조합의 수장이 너무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고, 조합 내에서의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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