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충주시청 환경수자원본부장

김태호 충주시청 환경수자원본부장

(동양일보) 수개월째 충주시청 분수대 앞에 면민들이 확성기와 농악대를 동원해 민원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고자 소리를 치고 있다. 추운 날씨에 애처롭게 서 계신 어르신들을 보니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울 따름이다.

민원(民願)의 정의는 ‘국민이 행정기관에 어떠한 처리를 요구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민원을 언급한 것은 내 공직생활이 언제나 시민들 민원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1981년 공직에 입문한 뒤 집단민원부서에 근무하며 나는 그동안 어떻게 민원을 대해왔는지를 되돌아보았다.

교통부서에서 일하던 때, 시내버스가 파업해 직원들이 안내원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시간표 편성과 입금액 정산 등의 업무를 하다 보니 행정기관이 아닌 시내버스 회사 사무실로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환경부서에서는 주민들의 반대 속에 환경기초시설인 쓰레기 매립장·소각장과 클린센터 마련을 내 집 마련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했다.

대소원면 쓰레기 매립장·소각장 건설관련 집단 민원인들이 시청 회의실을 14일간 점거하며 오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여야 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을 보냈다.

과장 시절엔, 한전 송전선로 건립사업에 7개 면(面)지역에 걸쳐 유해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소문이 확산돼 건립을 반대하는 민원을 담당했다. 지역과 주민들의 일이기에 어려운 줄 알면서도 기꺼이 업무를 맡았다. 그 과정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된 것은 큰 목소리나 무조건 밀어붙이는 단호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각 지역 송전선로반대대책위원회 위원들과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댄 끝에 만족할 만한 해답을 끌어낼 수 있었다. 당시 함께 노력해 준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모든 어려운 순간을 이겨낸 힘은 시민들과의 ‘소통’에 있었다.

각자 생각과 입장을 털어놓자, 공직자로서 내가 가진 어려움 못잖게 시민들도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꾸준하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헤아린 끝에, 발전적 해결방향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시청 환경수자원본부장으로서 다양한 업무를 관리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시민 삶과 지역발전에 가장 밀접한 업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역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소인프라 구축을 위해 수소충전소 설치, 수소차량 보급 등의 업무에 매진해야 할 때다.

충주시는 명실 공히 대한민국 대표 수소 메카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가스기술공사와 협약을 맺어 수소충전소 준공을 진행 중이며, 수소차량 보급에 앞장서기 위해 공공기관 차량도 수소차로 교체할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밖에도 수소경제시대에 대비한다는 각오로 수소관련 사업·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찬찬히 공직생활을 되새겨 본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린 일들을 반성하며, 다신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새로이 다짐한다. 서로를 이해한 감동으로 마주잡았던 손과 시원스레 웃어주던 시민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내게 다가오는 시원스런 웃음은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힘과 보람이다.

남은 공직생활 동안 그 동행의 길을 닦는 데에 매진하겠다고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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