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혜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박은혜 청주시흥덕구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 ‘수평선 같은 하루하루가 거대한 우(右) 상향을 만들어낸다.’

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한 강사가 했던 명언이다. 공무원 시험이란 게 하루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바로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은 아니지만, 그 하루가 쌓이고 쌓이면 합격선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잠들기 직전까지 내가 공부하는 책상의 화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곤 했다. 빠른 배속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하루 12시간을 공부하더라도 1분 미만으로 재생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해가 뜨기도 전에 부지런히 일어나 졸음과 싸워가며 공부를 시작하고, 버티고 버티다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촬영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날 하루도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충족감이 일었다.

그때는 합격하고 싶다는 소망은 있었어도 지금 당장 합격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다만 묵묵하게 그날 해야 할 공부를 했었다. 주말부부였던 터라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공부를 했었기에 단 1분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았었다.

그렇게 아등바등 치열하게 살아온 하루하루가 쌓여 필기시험에 합격을 했고, 1년 전 오늘 나는 공무원 임용 면접시험을 봤다. 하필이면 큰아이 유치원 졸업하는 날과 겹쳐서 우는 아이를 두고 면접에 참여했기에 그날이 더 특별하게 기억된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흥덕구에서 5개월째 근무 중이다. 1년 전만 해도 내가 정장을 입고 뾰족구두를 신고 출근할 거라는 상상은 해보지 못했다. 엄마 품을 찾아 자다 깬 아이를 책상 옆에서 재우며 공부할 때에도, 시험 치르기 직전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부산으로 가는 KTX에서 울면서 요약 노트를 볼 때에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임용 후 모든 일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잦은 병치레가 있었다. 하루는 아이가 혼자 계단에서 넘어져 응급실에 가서 찢어진 생살을 꿰매기도 했다. 퇴근 후에는 어질러진 집안을 청소하고, 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들 학교 숙제를 봐주다 보면 어느새 자야 할 시간이었다. 어쩌다가 합숙을 해야 하는 교육 일정이라도 있으면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영어 회화 공부를 시작했고, 지난해 여름부터는 꾸준히 읽은 책들의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내 개인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이는 서평의 목록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치열하게 살아온 그날 그때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나는 1년 뒤의 나를 상상해본다. 지난했던 과정을 떠올려보면 1년 뒤에는 더 찬란한 ‘나’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가장 큰 적은 나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반대로 가장 큰 아군 또한 나 자신이 될 것이다. 내가 쌓아올리는 오늘 하루가 1년 뒤에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기대가 있다면 그것만큼이나 멋진 하루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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