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농도 50.1㎍/㎥ 전국최고…‘나쁨’ 이상 44일
유입된 오염물질 산맥에 막혀 공기순환 잘 안 돼
충남·경기 석탄발전소…산단·소각시설 난립도 문제

충북에 미세먼지 특보가 발효한 5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명암저수지 인근 상공이 뿌옇다. <연합뉴스>
청주시 청원구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여느 해보다 일찍 봄이 찾아왔지만, 연일 이어지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봄기운을 느끼기 어렵다. 특히 충북은 전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도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내륙 한복판에 위치한 충북은 미세먼지 유입은 쉽지만 빠져나가기는 어렵다. 계속되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습격에 무기력한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동양일보는 충북의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 점검에 나섰다. <편집자>



1. 심각한 충북의 미세먼지 요인·현황은



숨 막히는 충북…고농도 미세먼지 ‘전국 최악’ 오명

-평균농도 50.1㎍/㎥ 전국최고…‘나쁨’ 이상 44일

-유입된 오염물질 산맥에 막혀 공기순환 잘 안 돼

-충남·경기 석탄발전소…산단·소각시설 난립도 문제



충북의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농도 미세먼지가 국가 재난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계속되는 잿빛 하늘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걱정과 불만도 높아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계속되는 초미세먼지 지옥

12일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충북의 초미세먼지(PM2.5·지름 2.5㎛ 이하) 농도는 77㎍/㎥으로 ‘매우나쁨’(76㎍/㎥ 이상)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을 보였다. 음성은 한때 97㎍/㎥까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았다. 대전(63㎍/㎥)과 충남(62㎍/㎥), 세종(66㎍/㎥) 등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충북 중부권역(청주·증평·진천·괴산·음성)에는 새벽 5시부터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다가 오후 5시 해제됐다. 충북에서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4일 만이다. 초미세먼지주의보는 시간평균 농도가 75㎍/㎥ 이상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이날 충청권과 서울, 인천 강화, 전북, 강원 일부지역에도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다.

충북의 초미세먼지는 전국 최악 수준이다. 에어코리아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2일부터 지난 8일까지 충북의 평균 초미세먼지농도는 50.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2위는 세종(48.1㎍/㎥)이었고, 전북(46.2㎍/㎥), 경기(46.0㎍/㎥) 등의 순이었다. 미세먼지(PM10·지름 10㎛ 이하)의 경우 같은 기간 충북은 73,3㎍/㎥를 기록, 세종(76㎍/㎥)과 경기(74.7㎍/㎥)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올 들어 이날까지 충북에서 초미세먼지가 ‘나쁨’(36~75㎍/㎥) 수준을 웃돈 날도 48일에 달했다. 자동차 배출가스 등이 많은 서울(31일), 경기(37일)은 물론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28일)과 인근 대전(30일), 세종(41일)보다도 월등히 길다.

●분지 지형에 인근 배출량 많아

충북이 고농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좀처럼 잘 걷히지 않는 것은 왜 일까.

먼저 내륙 한복판에 위치한 지형 때문으로 분석된다. 충북의 서쪽은 낮아 미세먼지가 유입되기 쉽지만, 위·아래는 차령산맥과 노령산맥이 자리하면서 유입된 먼지가 바람에 날리기 어려운 구조다. 가까운 세종과 경기남부의 미세먼지가 다른 지역보다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충남과 경기에 몰린 석탄발전소도 한 이유로 꼽힌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5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를 보면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 도시는 경북(2만1255t)이고, 전남(1만6140t), 충남(1만3845t) 등의 순이었다. 충북(4490t)은 7위였다. 다만 에너지 산업연소와 생성공정이 많은 충남은 황산화물(초미세먼지 생성 가능 물질)이 7만7465t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여기에 청주를 중심으로 앞 다퉈 들어서는 산업단지에다 밀집된 소각시설도 충북의 대기질에 악영향을 준다. 청주에는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8곳의 공단에 736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새로 조성되는 공단도 6곳에 달한다. 아무리 공해방지시설을 잘 갖춰도 오염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청주 주변의 소각시설도 골칫거리다. 민간소각시설 6곳이 하루에 1448t의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처리량 기준으로는 전국 민간소각시설의 18%가 몰려 있는 셈이다. 또 청주열병합발전소의 액화천연가스(LNG) 교체도 지연되고 있다.

심각한 미세먼지 상황에서도 정부와 충북도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시민들의 걱정은 공포로, 불만은 분노로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 속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청주시내에서 만난 장모(33)씨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주는 마스크를 써도 눈이 따가웠다”며 “오늘같이 안개까지 끼면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모(46)씨도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고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별다를 게 없고, 와닿는 것도 없다”며 “개인에게 마스크를 사서 쓰라는 것 말고, 뭔가 근본적인 대응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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