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기업은 이윤을 내야만 존재가치가 있다. 그래야 직원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고 나아가 사회에 환원도 할 수 있다.

장사가 돈을 버는 것이라면 기업은 사람을 경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사도 어떤 이념으로 하느냐에 구멍가게로 머물거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일부 기업주들은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 성장했는데도 자신의 힘만으로 일군 양 오만 떠는 경우를 종종 본다.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고, 정부 지원을 받고, 노동자의 노력을 제공받았음에도 이러한 덕을 외면하고 있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기업 모시기’에 혈안이다. 기업 유치가 바로 고용창출로 이어지고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한다고 판단해서다.

맞는 말이다.

며칠 전, 작년 말 현재 충북의 제조업체 수는 1만30개, 종업원 수는 23만1675명이라는 충북도 발표가 있었다. 2017년과 비교해 업체 수는 484개(5.1%), 종업원 수는 1만3685명(6.3%) 늘었다. 지역별로는 청주 273개(1만161명), 음성 125개(2092명), 충주 48개(603명), 옥천 20개(357명), 진천 16개(395명) 업체가 증가했다.

이는 2013년 이후 5년간 보여 온 연평균 4.8%, 3,4%의 증가세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통계청이 발표한 올 1월의 고용동향은 기업 증가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충북의 15~64세 고용률은 67.4%로 전년 동월 대비 0.2%p 상승했다. 이는 전국 평균 고용률 65.9%보다 1.5%p 높다. 이중 제조업 종사자의 경우 전국은 1월 전년동기 대비 17만명(4백60만9000명→4백43만9000명)이 감소한 반면 충북은 전년보다 7.2%인 1만3000명이 증가했다.

경기둔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에도 충북의 고용지표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기업 유치 효과에 있다. 즉, 전방위적인 기업투자유치와 각종 제도 개선, 정책 발굴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근로환경조성 , 정주여건 개선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충북으로 몰려와 고용지표 상승을 가져온 것은 곧 지역경제발전으로 연결돼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후광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해 도내 1만30개 제조업체 중에서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에 정성을 다하는 업체가 얼마나 될까. 어찌보면 지역과 함께한다면서 구호만 거창하게 외쳐될 뿐 지역 일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경영여건이 좋지 않아 식솔들과 밥 먹고 살아가기도 힘든 판에 사회 환원은 무슨 환원이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상황이 어려운 업체들한테 하는 말이 아니다.

소위 잘 나가는 업체들이 지역사회와 담 쌓고 주위를 외면하는 꼴을 볼 수 없어 하는 말이다. 지금은 향토기업이라는 말이 많이 퇴색했지만, 20~30년 전 만해도 향토기업들은 ‘봉’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사회 참여를 의무처럼 여겼다. 요즘엔 그 자리를 대기업 몇 곳이 대신하고 있을 정도여서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예를 들면 오창과학산업단지의 몇몇 대기업들은 공장부지만 수만 평씩 깔고 앉아 있지 지역사회에 뭔가를 기여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오른손이 한 일 왼손이 모를 정도로 했다면 몰라도, 오창산단 조성 십수년이 지났어도 많은 업체가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런 와중에 이익의 1%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다. 오창산단에서 이차전지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는 지난달 장애인선수단을 창단했다. 당구, 볼링, 사격, 역도, 육상, 펜싱 등 6개 종목에 23명으로 선수단을 발족했다.

에코프로가 새삼 주목받는 데는 선수단이 예상 외 대폭으로 구성됐고 대기업이 아닌 지역의 중견기업이 나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기업상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에코프로는 장애인선수단 운영에 연간 4억5000만원의 예산을 세워놓았다고 한다. 이 예산은 이익의 1%인 사회환원 기금과는 별개다. 참고로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6671억원이다.

나밖에 모르고 나만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상대를 이롭게 하고 상대를 위해 혼신을 다하는 ‘공도사상’, 에코프로의 저간에 이런 정신이 깃들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계란이냐, 닭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먼저 지역에 손을 내밀어 보자. 그렇게 하면 기업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지역에 ×만 싸고 번 돈은 서울로 가져 간다는 원성, 이젠 그만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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